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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진호 전투 사진전에 와서 울먹인 미국인 노신사

조선일보 안재철 ‘월드피스 프리덤 유나이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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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월드피스 프리덤 유나이티드’ 대표
안재철 ‘월드피스 프리덤 유나이티드’ 대표

안재철 ‘월드피스 프리덤 유나이티드’ 대표


국내외에서 6·25전쟁의 역사적 사실을 교육해 온 비영리 단체 ‘월드피스 프리덤 유나이티드(WPF)’는 지난 연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쟁 추모 공원’에서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 작전을 기념하는 사진전을 열었다.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가 많은 생명을 구출한 자유민주주의 승리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약 2000명이 관람한 이번 전시회에서 6·25 때 파병한 16국을 포함해 우리나라를 도운 세계 67국 국기를 함께 전시했다. 관람객들은 “미국이 이렇게 위대한 나라인지 몰랐다” “지금 미국 학교에서는 한국전쟁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다” “더 많은 도시에서 이 전시회를 열어달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지난 12월 말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추모 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 Park)에서 6·25전쟁 사진전이 열렸다. /WPF

지난 12월 말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추모 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 Park)에서 6·25전쟁 사진전이 열렸다. /WPF


장진호 전투 당시 희생된 미군들의 시신 사진과 북한 공산당의 양민 학살 사진을 눈여겨본 미국인 노인은 지금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인권 유린을 이야기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민간 비영리 단체가 25년이나 이런 전시를 진행해 왔다니 놀랍다”며 후원도 하고 갔다. 어떤 관람객은 “중국은 왜 몇 년 전 장진호 관련 영화를 제작해 중국이 이긴 전투라고 거짓 선전을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 작전이 전쟁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가장 큰 이유는 군대의 성공적인 철수 작전뿐만 아니라 전쟁과 무관한 민간인 약 10만명을 구출한 작전이 함께 수행됐다는 데 있다. 당시 북한 민간인은 비록 우리와 같은 민족이었지만, 6·25 당시에는 ‘적국의 국민’이었다. 적국의 국민을 대규모로 구출한 작전은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자신들도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극한 상황에서 생명 구출을 우선으로 하는 인도주의적 군사 작전을 전개했다.

평범한 사업가였던 나는 지난 2001년 6·25전쟁 중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는 매리너스 수사(修士)의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가톨릭에 귀의하기 전 이름은 레너드 라루. 흥남 철수 때 북한 피란민 1만4000명을 구출한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이었다. 그 역사를 그날 처음 접한 나는 감동을 받았고 부끄러웠다. 그 장례 미사가 내 인생을 바꿨다. 나처럼 잘 모르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6·25 때 희생된 유엔군을 기억하면서 그들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어 이 일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등을 뒤져 자료부터 모았고 2005년부터 ‘6·25 사진전’을 시작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북한을 탈출해 거제도에 하선한 피란민들이 선원들에게 써준 감사의 글 /WPF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북한을 탈출해 거제도에 하선한 피란민들이 선원들에게 써준 감사의 글 /WPF


전쟁 후 폐허 속에서 일어난 대한민국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국격이 높아졌다. 미국과 유엔 참전국 병사들의 희생과 헌신, 물자 지원 등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을 기억해야 하고 감사를 전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전쟁을 겪고 살아남은 우리는 교만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군경, 학도병, 민간인이 수없이 많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남에게 주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지금도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하는 사람들을 보라. 나는 ‘흥남 철수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는 대한민국 국방 수도인 계룡시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파병 16국 모두에서 사진전을 여는 게 목표다. 6·25 때 우리를 도와준 나라들을 지금 보면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가 상당수다. 나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이 일을 한다.

[안재철 ‘월드피스 프리덤 유나이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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