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직후 미국 백악관 공식 인스타그램엔 트럼프 대통령의 흑백사진과 함께 ‘FAFO’라는 짤막한 글이 올라왔다. ‘까불면 죽는다’는 뜻이다. 베네수엘라를 친 진짜 이유도 밝혔다. 1년 6개월 안에 미국 회사들을 통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재건할 수 있다며 “유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어 미국에 좋은 것”이라고 했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개입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에 대해 “코카인을 제조해 미국에 파는 걸 즐기는 역겨운 남자가 통치하는 나라”라며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군사작전을 할 거냐는 질문엔 “괜찮게 들린다”고 했다. 쿠바는 “그냥 무너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마약·이민자의 유입을 차단하고, 천연자원 확보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서 중남미를 탐내는 중국, 러시아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위 회복’이 ‘트럼프 수정조항’이라는 이름으로 들어 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그린란드 도처에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깔려 있다”며 “국가 안보 관점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5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누구도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울 순 없을 것”이라며 “세상은 힘과 권력이 지배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린란드는 유럽과 아시아, 북미를 잇는 최단 항로이자 희토류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보물섬’이 탐난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멤버이자 오랜 동맹의 영토를 뺏겠다는 노골적 선언에 유럽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미국이 중남미를 ‘근외(近外·near abroad)’로 여기며 장악에 나서면서 중국과 러시아 역시 들썩일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 논리로 중국이 대만을, 러시아가 옛 소련 지역을 공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이익을 위해 힘자랑에 나선 미국의 행보가 세계 정세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시대가 다시 왔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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