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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김범석 의장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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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의장은 창업 초기 ‘고객 집착’을 경영의 절대 원칙으로 내세웠다. 2010년 설립 직후, 그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고객 상담 인력을 전체 직원 수보다 훨씬 많은 규모로 확충했다. 고객의 전화를 즉시 받지 못하는 서비스는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택배기사가 벨을 누를 때 아기가 깰까 걱정하는 부모를 위해 ‘노크 배송’이나 ‘문 앞 사진 전송’을 도입한 것도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을 찾아내 ‘쿠팡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현실화했다. 이러한 현장 중심 경영은 쿠팡을 한국 e커머스 시장의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는 동력이 되었다.

2021년 6월 덕평 물류센터 화재는 김범석 의장의 리더십이 변곡점을 맞은 사건이었다. 축구장 15개 넓이의 창고가 전소되고 구조대원이 순직하는 비극 속에서 현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안전 미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진화 작업이 한창이던 당일 오전, 김 의장은 한국 법인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실종자 구조가 진행 중인 시점에 나온 이 발표는 책임 회피 논란을 불렀고, 경영계는 이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행보로 분석했다. 김 의장은 사고 수습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미국 상장사 쿠팡 의장이라는 신분을 강조하며 한국 내 운영 책임과 거리를 뒀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내세웠던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쿠팡의 실질적 지배주주임에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총수 지정을 피하며 자신과 친인척에 대한 감시망을 교묘히 비켜갔다. 결국 물류센터 화재는 김 의장의 한국 내 법적 책임을 소거한 상징적 계기가 되었다.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은 측근의 ‘인사(人事)’를 통해 드러난다. 창업 초기 김 의장 주변에는 배송 현장의 ‘쿠팡맨’과 상담원들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현장의 인재 대신 권력기관 출신 전문가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김앤장 출신 강한승 대표를 영입한 것은 인사를 통한 ‘참호 구축’의 정점이었다. 쿠팡은 청와대, 검찰, 공정위 출신 베테랑들을 대거 영입해 공격적인 대관 조직을 꾸렸다. 최근 2년간 대통령실과 국회 등 권력기관 출신 공직자 25명이 쿠팡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시스템은 외부의 쓴소리를 차단하고 리스크를 인맥으로 관리하는 방어막 역할을 했다. 참호 구축은 한국 시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쿠팡은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도 매년 수백만달러 규모의 로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약 387만달러를 지출하며 현지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측근 로비스트까지 영입하며 미국 상장사라는 지위를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 김 의장은 위험하다. 그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라는 직함을 방패 삼아 한국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대신 나선 한국 법인 대표는 의원들의 질의에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유유상종이라 했다. 측근의 오만함은 김 의장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태도를 짐작게 한다. 김 의장의 행보는 이중적이다. 매출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벌어들이며 미국 투자자에게는 한국 시장의 성장성을 판다. 그러나 정작 한국 사회에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미국 기업’임을 내세운다. 과거 스타벅스가 조세회피 논란 당시 영국 매출 비중이 5% 미만이었음에도 현지 법인장 뒤에 숨지 않고 본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청문회에 출석해 사과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오만함이다. 한국에서 번 돈은 미국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 김 의장은 트럼프 측근 등 ‘MAGA’ 세력의 비호 아래 숨었다. 미국 권력층을 앞세워 한국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통상 압박으로 변질시키며 성벽을 쌓은 것이다.

김 의장이 유일하게 미국 투자자를 두려워한다는 분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그는 일반 주식의 29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가진 ‘복수의결권’ 주식을 통해 전체 의결권의 약 76%를 장악하고 있다. 실상은 그 어떤 주주도 자신의 결정에 반기를 들 수 없는 무소불위의 지배력을 행사한다. 1인 독점 체제는 고속성장기에는 강력한 추진력이 되었으나, 이제는 기업의 위험을 더하는 족쇄가 되었다. 2021년 물류센터 화재 이후 매출이 20조원에서 40조원대로 폭발하며 비판을 덮어버렸던 경험은 그에게 독이 되었다. 시장의 심판 대신 성장의 단맛을 본 그는 리스크 관리보다 힘의 논리를 맹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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