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의 대(對)일본 보복이 외교 항의와 인적 교류 제한을 넘어 공급망·기술 통제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중국이 일본을 강하게 때리는 장면을 연출하며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는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상무부는 6일 “모든(所有) 이중용도(민·군 양용) 물자의 일본 군사 사용자, 군사 용도, 일본 군사력 향상에 도움 되는 기타 최종 사용자·용도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대일본 수출 통제 조치는 발표 즉시 시행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가장 강도 높은 보복 카드인 ‘희토류 통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이중용도 품목 리스트에는 지난해부터 희토류가 대거 포함됐다. 2024년 4월 미국을 겨냥해 사마륨·가돌리늄·터븀·디스프로슘·이트륨 등 사실상 자국이 100% 채굴과 정제를 독점하는 희토류 원소 7종을 수출 통제한다고 발표했고, 작년 10월에는 홀뮴·어븀·툴륨·유로퓸·이터븀 등 5종을 추가 지정했다. 희토류 원소 17개 중 방위산업과 첨단 기술에 필수적인 중(重)희토류 12종을 골라낸 것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풍력발전 터빈, 미사일 시스템 등에 두루 쓰여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군수 장비 등에 필수적인 영구 자석(permanent magnet) 제조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상무부는 제3국을 통한 우회 거래도 차단한다고 밝혔다. 다른 국가·지역의 조직·개인이 중국의 조치를 위반해 중국이 원산지인 이중용도 물자를 일본의 조직·개인에 이전·제공할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발표문에 명시한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성격의 경고 조항을 넣었다고 풀이된다.
중국의 이번 보복 조치는 겉으로는 일본의 ‘군사 사용자·군사 용도’를 겨냥했지만, 수출 금지 범위를 ‘일본 군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최종 사용자·용도’로 폭넓게 규정한 점이 특히 주목된다. 규정 적용 방식에 따라 위성 통신, 센서, 전자부품 등 민·군 경계가 흐린 분야에서도 전략 물자 조달을 사실상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의 중국산 원자재 수입 절차가 전반적으로 까다로워지고, 심사 지연과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10월 31일 APEC 정상회의가 열린 한국 경주에서 양자회담을 위해 만난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총리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교도 연합뉴스 |
중국은 보복 조치의 배경으로 일본 지도부의 대만 관련 발언을 직접 거론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일본 지도자가 최근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을 공공연하게 발표해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이는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한 것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으로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가 일본 중의원에서 “중국이 대만 주변을 해상 봉쇄할 경우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중국이) 전함을 동원하고 무력 행사가 수반된다면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답하면서 중·일 갈등이 불거졌다. 다카이치는 지난달 16일 참의원에서 “정부의 기존 입장을 넘어선 발언을 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대목을 반성할 점으로 삼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중국은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는 상황이다. 5일 중국 외교부는 다카이치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 정책의 근간인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언급한 것을 두고 “일본의 재(再)군사화 가속”이라며 “일본 우익 세력의 군국주의 부활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벌이는 대립은 양국 관계가 최악이었던 2010년과 비슷한 양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이후 외교적 항의에 이어 자국민의 일본 여행 자제 권고,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등으로 대일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렸고, 사태 두 달 만에 희토류 카드까지 꺼냈다. 중국은 2010년에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분쟁으로 희토류의 대일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으로 강대국의 힘의 논리가 노골화한 국면에서, 중국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일본을 겨냥해 희토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이 가장 민감해하는 전략 자원 통제 수단을 동원하는 데 따르는 국제 여론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