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오른쪽)과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지난해 10월16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 등 전·현직 감사원 고위 관료를 재판에 넘겨 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들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감사하면서 주심 감사위원을 결재 라인에서 제외한 채 감사 보고서를 확정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사건의 발단이 됐던 ‘표적 감사’ 의혹에 관해서는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공수처는 6일 최 전 원장과 유 감사위원, 전직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기획조정실장·특별조사국장·특별조사국 제5과장 등 6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기소해달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임윤주 전 권익위 기조실장에 대해서는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판사나 검사가 아닌 ‘일반 고위공무원’을 수사할 수는 있지만 재판에 넘길 수는 없다.
최 전 원장 등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전 전 위원장을 특별감사한 뒤 감사보고서를 확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당시 주심 감사위원이었던 조은석 전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이 감사보고서를 직접 확인하고 결재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에 따르면 최 전 원장과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유 감사위원은 감사원 사무처 소속 직원들과 공모해 조 전 감사위원이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를 열람하고 결재할 수 없도록 조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규정상 감사보고서는 감사위원을 대표하는 주심 감사의원의 열람 결재를 받아야 시행된다. 공수처는 최 전 원장 등이 조 전 감사위원의 감사보고서 열람 결재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공수처 조사 결과 이 과정에서 최 전 원장 등은 전산 유지보수업체 직원을 시켜 감사원 전자감사관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직접 접속해 조 전 감사위원의 결재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조 전 감사위원은 해당 감사보고서에 아예 전산상으로 접속할 수 없게 됐다.
공수처는 임 전 기조실장이 감사원에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사항을 제보해놓고도 2022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제보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를 요구했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부에서 유 감사위원 등 감사원 고위관계자들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표적 감사’한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감사원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전 전 위원장을 감사한 뒤 ‘전 전 위원장이 직원 갑질로 징계를 받은 국장의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에 서명한 것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그가 세종청사에서 근무한 89일 중 83일 동안 오전 9시 이후에 출근했다’는 내용을 담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이 밖에도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 및 왜곡 감사, 사드 정식 배치 고의 지연 감사, 국가 통계조작 감사 등 문재인 정권 당시 시행됐던 정책이나 발생했던 사건 등을 대상으로 집중 감사를 벌였다.
다만 공수처는 이 같은 표적 감사 의혹이 위법한 수준으로까지 실행된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수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최 전 원장과 유 감사위원 등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해 ‘찍어내기식’ 표적 감사를 단행했다”는 취지로 2022년 12월 이들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인이 주장한 절차적 위반이나 감사 대상의 위법성 부분을 따져봤으나 직권남용에 이를만한 법 위반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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