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가벼운 뇌졸중일 때 찾아오는 증상. 이런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더라도 뇌졸중을 의심해 빨리 내원해야 한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
1월은 뇌졸중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때다. 2024년 한 해 가운데 뇌졸중(뇌경색·뇌출혈)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월이 20만698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6월(19만182명)보다 1.1배 더 많았다. 한겨울 추위로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가면서 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뇌졸중보다 증상이 경미한 '경증 뇌경색'과 '미니뇌졸중', 한마디로 '가벼운 뇌졸중'은 뇌졸중인지 헷갈려 머뭇거리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는 게 전문의들의 경고다.
김영서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우리 몸은 혈관이 막히면 이를 다시 뚫어내려 노력하기 때문에,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없어질 수 있다"며 "평생 불구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면 경증부터 중증까지 뇌졸중을 모두 예방하는 수칙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의 중중도를 평가하는 뇌졸중 척도(42점 만점)에서 '증상이 없는 경우'를 0점, 4점 이하를 '경증'으로 분류한다. 점수가 1점 증가할수록 3개월 후 정상적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10%씩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뇌졸중의 전조증상은 Face(얼굴)·Arm(팔)·Speech(언어)·Time(시간)의 약자인 'F·A·S·T 법칙'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웃을 때 한쪽 얼굴만 움직이거나, 한쪽 팔에 힘이 안 들어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증상이 하나라도 나타날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뇌졸중 가운데 뇌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가 손상되는 질환이 뇌경색이다. 증상이 가벼운 '경증 뇌경색' 환자는 중증 환자보다 내원 시 구급차 이용률이 낮고 병원 도착시간도 늦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내원 후 뇌 영상촬영, 혈전을 녹이는 조직플라스미노겐활성제(tissue plasminogen activator, tPA) 투여까지 시간도 중증 환자보다 더 늦다고 알려졌다. 이는 경증 뇌경색 환자들이 자신에게 뇌졸중이 생겼는지 알아채지 못한 데다, 입원 후 의료진의 신속한 혈전용해제 투여·효과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처럼 경증 뇌경색 환자는 발병 초기에 가벼운 증상을 보여도 환자 약 30%는 3개월 후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급성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경증 뇌경색'일 땐 팔다리 근력이 나쁘지 않고, 컨디션도 비교적 양호한 경우가 많아 일찍 알아채기 어렵다는 것.
'미니 뇌졸중'은 갑자기 말을 '어버버' 하듯 발음이 이상해졌다가 1시간 안에 이런 증상이 사라져 '도깨비 병'으로 취급받는다. '미니 뇌졸중'은 뇌에 발생하는 단기적 문제로, 뇌 일부로 가는 혈류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의학용어로는 '일과성 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 TIA)'으로도 불린다. 뇌졸중까지 진단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뇌졸중의 경고 신호여서 안심해선 안 된다.
'미니 뇌졸중'은 한쪽 팔다리 힘 빠짐, 언어 장애 증상 등 일반적인 뇌졸중 증상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가 빠르면 10분, 대부분 1시간 이내 사라진다. 길어도 14시간 이내 증상이 사라진다. 이런 증상은 '뇌졸중'과 똑같지만, 미니 뇌졸중은 뇌가 손상당하기 전에 끝난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증상이 사라진 후 병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적잖다. 하지만 미니 뇌졸중은 향후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징후로 해석해야 한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여기고 방치하면 매우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
2024년 월별 뇌졸중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 (단위: 명) /자료=보건의료빅데이터 |
경증 뇌경색, '미니 뇌졸중' 등 '가벼운 뇌졸중' 환자의 약 10%에게서 뇌졸중이 이른 시일 내에 재발하거나 악화한다. 이런 위험을 낮추기 위해 초기에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함께 사용하는 이중항혈소판제요법(Dual Antiplatelet Therapy, DAPT)을 증상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시작하는 게 표준치료로 권고된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뇌졸중 증상 발견이 늦거나, 병원 도착 지연, 진단 과정에 따른 시간 소요 등으로 치료 시작이 늦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경증 뇌경색, '미니 뇌졸중' 환자의 치료 시점이 발병 후 '42시간'을 넘기면 치료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국내 의료진이 밝혀냈다.
6일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이건주 교수팀(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이건주 교수·신재민 전공의)에 따르면 연구팀은 2011~2023년 국내 20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대규모 다기관 전향적 뇌졸중 코호트인 CRCS-K-NIH에 등록된 환자를 대상으로 뇌졸중증상척도(NIHSS) 점수 5점 이하의 경미한 비심인성 뇌경색과 '미니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 4만1530명의 치료 경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임상진료지침에서 권고한 바와 같이 증상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이중항혈소판제요법을 시작한 경우, 단일항혈소판요법 그룹에 비해 혈관성 사건의 위험을 약 26% 낮췄다. 반면 24~72시간에 시작한 경우 추가 이득이 관찰되지 않았고, 72시간 이후에 시작한 경우에는 오히려 위험 발생이 커졌다.
또 이중항혈소판제요법이 언제까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시간에 따른 효과 분석을 수행했더니 이중항혈소판제요법의 효과는 내원 시간이 빠를수록 크게 나타났으며, 증상 발생 시점으로부터 42시간 전후 소실돼 시점을 지나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이득이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이건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경색 증상이 가볍더라도 '될 수 있으면 빨리'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가 크며, 불가피하게 지연되는 경우에도 약 42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며 "향후 진료 지침 보완과 임상 의사결정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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