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이 새해 첫 경기 직후 자신에 대한 '혹사 논란'에 사실상 동의하며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월드투어 일정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불과 2주 만에 최고 난도의 대회에 투입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몸 상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직접 인정하고 촘촘한 일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안세영의 2026시즌 첫 경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안세영은 6일(한국시간) 쿠알라룸푸르 악시아타 아레나에서 열린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캐나다의 미셸 리를 상대로 1시간 15분에 달하는 접전 끝에 2-1(19-21 21-16 21-18)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는 결과만 놓고 보면 상대전적 9전 전승을 이어간 또 하나의 승리였지만, 경기 내용은 평소의 안세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안세영은 첫 게임 초반부터 연이은 실책으로 흐름을 내줬고, 리드와 추격이 반복되는 접전 끝에 19-21로 첫 세트를 내줬다. 미셸 리가 먼저 20점 고지를 밟았고, 마지막 랠리에서 셔틀콕이 라인에 걸치며 득점으로 인정되면서 안세영은 새 시즌 첫 게임을 내주는 상황에 놓였다.
2게임 초반도 쉽지 않았다. 안세영은 셔틀콕이 연이어 라인을 벗어나며 좀처럼 점수를 쌓지 못했고, 6-11로 뒤진 채 인터벌을 맞았다. 경기 도중 무릎을 짚고 숨을 몰아쉬는 장면이 포착될 만큼 몸 상태도 완전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세영은 인터벌 이후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연속 득점을 쌓았고, 21-16 승리를 완성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게임 역시 시소게임이었다. 안세영이 근소하게 앞서가면 미셸 리가 끈질기게 따라붙는 양상이 이어졌고, 14-16으로 뒤처지는 위기도 맞았다. 하지만 안세영은 다시 한 번 뒷심을 발휘했다. 5연속 득점으로 19-16 리드를 잡았고, 막판 추격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두 랠리를 연달아 따내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세영의 집중력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경기 내용이었다.
경기 후 안세영 발언은 이를 뒷받침했다.
안세영은 미셸 리를 이긴 뒤 말레이시아 매체 '뉴 스트레이트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하기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고, 선수로서 우리는 그것을 따라야 한다. 프로답게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5시즌 종료 후 불과 2주 만에 다시 슈퍼 1000 대회에 출전한 현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오픈 직후 곧바로 인도 오픈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보인다.
배드민턴 팬들은 "손흥민도 1년에 두 달은 쉰다. 안세영은 오프시즌이라는 게 왜 없나"라는 의견을 종종 내놓는데 안세영 자신도 어느 정도 동의한 셈이다.
안세영은 이어 "이미 이룬 것을 잊고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며 "더 많은 타이틀을 쫓고 싶다. 그 습관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1위로서 겪는 고충도 토로했다. "이제는 모든 선수가 내 경기를 분석하고 준비한다. 그래서 모든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한 것이다.
실제 이날 미셸 리는 초반부터 안세영의 타이밍을 끊는 공격과 집요한 랠리로 세계 1위를 몰아붙였고, 안세영은 체력과 집중력으로 이를 버텨내야 했다.
그럼에도 안세영은 다시 한 번 위기 속에서 자신의 강점을 증명했다.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에서도 끝내 승리를 가져오는 힘, 그것이 현재 안세영이 여전히 가장 위협적인 이유다.
이번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안세영은 대회 3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수시 수산티(인도네시아), 장닝(중국), 타이쯔잉(대만)뿐이다.
16강에서는 2017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이자 수비형 플레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일본의 오쿠하라 노조미와 맞붙는다.
이번 대회는 인내심과 체력을 모두 요구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다.
새해 첫 경기에서 몸상태 문제가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빡빡한 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