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 사퇴 의사를 밝히 뒤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이재성 논설위원
갑질과 부패는 이란성 쌍둥이다. 얼굴은 다르지만 뿌리가 같다. 나를 위해 타인을 노예처럼 부리고, 탐욕의 지갑을 채우는 데 거리낌이 없다. 사람은 수단에 불과하고, 목적은 오로지 돈과 권력이다. 권력은 공익에 이바지할 권한이 아니라 사익을 추구하는 통로일 뿐이다.
김병기·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미론적 관점에서 이란성 쌍둥이다. 보좌관을 상대로 한 갑질과 권력을 이용한 부패의 양상이 남매처럼 닮았다. 갑질과 부패의 디테일은 다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토양을 공유한다. 각자의 구역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권력을 이용해 이권을 취하고 아랫사람에게 갑질하는 양상이 같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리가 터져 나오는 경로와 방식 역시 흡사하다. 흠결이 작지 않은데도 더 많은 권력을 원했고, 분노한 을들의 저격을 받았다.
두 사람의 최악의 공통점은 가공제사(假公濟私) 또는 가공행사(假公行私)다. 공무를 가장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시쳇말로 공사 구분을 못 하는 것인데, 애초에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원내대표와 장관 후보직 사퇴에 그칠 게 아니라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폭로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집중되는 이유는 윤석열이라는 거악의 권력이 제거됐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이야말로 가공제사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여 권력을 사유화했고, 사유화한 권력을 사익에 동원했다. 나랏돈을 물 쓰듯 했고, 부인을 통해 공직을 팔았다. 지인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주저하지 않았고, 아무렇지 않게 검찰을 시켜 가족 범죄를 세탁했다. 대통령의 권력으로도 이 모든 범죄 행위를 무마할 수 없게 되자 꺼내 든 카드가 비상계엄이었다. 만악의 근원은 권력의 사유화였다.
권력의 사유화 행태로만 보면, 김병기가 강선우보다 훨씬 악질적이다. 본인과 보좌관, 구의원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부인이 업무를 지시하고, 구의회 법인카드를 부인이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다니는 장남은 자기 업무를 보좌관에게 떠맡겼고, 차남의 대학 편입과 병역특례업체 입사에 보좌관들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있고, 부인의 구의회 법인카드 유용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애초에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동작구의 윤석열’이라고 비판해도 할 말 없는 수준 아닌가.
갑질과 부패의 동반 법칙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게도 어김없이 관철된다. 보좌관 및 인턴에 대한 막말과 사적 심부름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한 사업가로부터 6천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제기로 바른정당 대표를 사퇴했던 과거가 겹쳐진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만약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 대표가 이런 혐의를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없는 죄도 만들어서 기소하는 판에, 금품을 건넨 당사자의 폭로가 있는데 그냥 봐줬을 리가 없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다섯번이나 공천을 받고 유력 정치인이 되기까지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인사가 민주당 진영으로 넘어오자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는 현상은 이제 디폴트값이 되어버렸다. 뒤집어 생각하면, 민주당에 가혹한 검찰과 언론의 편파성이 민주당에 불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았다. 지지자들이 결속하는 명분을 제공했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정치를 하도록 강제하는 효과도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언제든 검찰에 털려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지역도 아닌 서울에서 공천 헌금을 주고받은 의혹이 터지다니. 김병기-강선우 녹음 파일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다.
공천 헌금 의혹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이라는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뒤,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낮아진 것일까. 그렇다면 더 큰일 아닌가. 공직 사회의 부패는 사회 전체의 퇴행을 부른다. 국민의힘이 내란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민주당을 대체할 정치세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서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 사안을 대충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나중에 원금만이 아니라 이자까지 보태서 갚아야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피를 흘린 반정부 시위 끝에 좌파 정부가 집권했지만, 불과 4년 만인 지난달, 극우 피노체트주의자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한 칠레를 보라. 대중의 인내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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