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자료: 현대차) |
[이데일리TV 조호진 경제전문기자] 현대자동차가 연간 40만대를 생산하던 러시아 공장을 허공에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5일 확인됐다. 현대차는 전쟁 이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최대 40만대를 생산했다. 당시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3%에 달했다. 단일 해외 시장으로는 보기 드문 비중이었고, 유럽과 신흥국을 잇는 전략적 생산 거점이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가 본격화되며 부품 조달이 사실상 중단됐고 공장 가동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97달러(약 13만원)에 러시아 기업에 매각했다.
현대차는 완전 철수를 결정하면서도 2026년 1월까지 공장을 다시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출구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며 제재가 유지되는 현 상황에서 이 옵션은 현실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부품 공급망 정상화는 물론 금융·물류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공장 재가동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종전 이전에 재매입할 수 있는 옵션은 현실성이 배제된 안전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사한 상황은 다른 완성차 기업도 겪었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재매입 권리 없이 공장을 매각했다. 르노·포드·닛산·메르세데스-벤츠 등은 2027~2029년 사이 재매입 옵션이 만료될 예정이다.
현대차와의 차별점은 시점이다. 현대차는 재매입 시한을 2026년 1월로 상대적으로 빠르게 설정했다.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굳이 이렇게 짧은 유효기간을 둘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 판단이 결과적으로 공장을 ‘허공에 날릴’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러시아 완성차 시장은 고속 성장 중이다. 전쟁 초기 급감했던 러시아 완성차 시장은 2024년에 전년 대비 39.2% 증가한 183만4000대를 기록했다. 전쟁 국면에도 러시아 완성차 시장이 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러시아 정부의 자동차 구매 보조금 확대 △전쟁 장기화 속 내수 소비 회복 등이 꼽힌다.
고속 성장한 러시아 완성차 시장을 보면서 현대차처럼 시장에서 철수한 유수의 기업으로서는 속이 쓰리게 됐다. 이들의 빈틈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대부분 메웠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차는 재매입을 결정한 시한이 얼마 안 남았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재매입 관련 아직 최종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완성차 기업과 달리 재매입 시점을 촉박하게 설정한 이유에 대해 현대차는 답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