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수형 기자]배우 박중훈이 연기 인생 40년 만에 처음 펴낸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 자리에서 영화계의 스승이자 ‘인생 콤비’였던 안성기를 언급하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하루 뒤, 박중훈의 예감은 현실이 됐다.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오전 9시, 향년 74세로 별세했다.
지난해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 위치한 정동 1928아트센터에서는 박중훈의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박중훈은 배우가 아닌 ‘작가’로서 자리에 앉아, 자신의 지난 4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은 데뷔 40주년을 앞둔 박중훈이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겪은 희로애락을 담은 에세이.
하지만 화제는 자연스럽게 안성기로 옮겨갔다. 박중훈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지 않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선배님 얼굴을 직접 뵌 지도 1년이 넘었다”며 “그만큼 건강이 상당히 안 좋으시다. 통화나 문자도 어려운 상황이라 가족분들께 근황을 전해 듣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말은 덤덤하게 하지만 정말 슬프다. 제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선배님이 오롯이 느끼실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박중훈의 고백은 앞서 방송된 채널A*절친 토큐멘터리–4인용 식탁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절친 허재, 김민준과의 자리에서 안성기에 대해 “동반자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내가 풍선이라면, 안성기 선배님은 그 풍선에 돌을 매달아주신 분이다. 그 돌이 없었으면 날아가다 터졌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 이어 그는 “얼마 전 ‘선배님이 계셔서 제 인생이 참 좋았습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힘이 없으셔서 가녀리게 웃으시더라. 눈물이 터질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말하며 울컥했다.
안성기는 박중훈의 영화 인생에서 결코 뗄 수 없는 이름이다. 두 사람은 ‘칠수와 만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스타’까지 총 네 편의 작품을 함께했다.박중훈은 “네 작품 모두 제 인생의 대표작이고, 안성기 선배님의 대표작에도 늘 이 작품들이 들어간다”며 “서로의 대표작을 함께 만든 셈”이라고 회상했다.
특히 그는 “배우들 사이에서 말하는 ‘호흡’이라는 게 사실은 서로 돋보이려는 경쟁이 되기 쉽다. 그런데 안성기 선배님과는 달랐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연기에 내가 반응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진짜 시너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월 5일인 어제. 박중훈은 존경하는 선배 안성기와 영원한 작별을 하게 됐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 2020년 한 차례 완치 판정을 받았고, 이후 영화제와 시상식에 참석하며 건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재발 후 다시 투병에 들어갔고, 최근에는 두문불출하며 치료에 전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영화배우협회에 따르면 안성기는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오다 6일 만에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소속사는 “안성기 배우는 연기에 대한 깊은 사명감과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대한민국 대중문화 역사와 함께해 온 분”이라며 “그의 연기는 언제나 사람과 삶을 향해 있었고, 시대와 세대를 넘어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했다”고 밝혔다.
40년 넘게 함께 영화를 만들며 서로의 삶을 지탱해온 두 사람.그래서일까. 박중훈의 담담한 목소리 속 “정말 슬프다”는 한마디는, 그 어떤 추모사보다 길고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선배님이 있어 제 인생이 참 좋았습니다.”그 말은 이제, 영원한 작별 인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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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스틸, SNS, OSEN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