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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60만번의 트라이’처럼…럭비로 “재일동포 희망” 키우는 삼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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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길 OK럭비팀 감독과 일본 프로럭비리그 1부에서 뛰는 큰아들 오광태(오른쪽), 작은아들 오영태.

오영길 OK럭비팀 감독과 일본 프로럭비리그 1부에서 뛰는 큰아들 오광태(오른쪽), 작은아들 오영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두 아들)



“럭비 선수로 대성하면 좋겠다.”(오영길 감독)



지난 4일 일본 오사카 간사이 대학 호쿠요 고교 럭비장에서 만난 ‘럭비 삼부자’가 오랜만에 만나 활짝 웃는다. 이날 호쿠요 고교 럭비장에서는 한·일·재일동포 중학생 럭비 선수 80여명의 합동 훈련이 이뤄졌는데, 오영길 오케이읏맨 럭비팀 감독은 한국의 각 중학교 럭비팀에서 뽑힌 30명을 이끌고 참여했다. 두 아들 또한 쉬는 날인데도, 모교인 오사카조선중급학교 럭비팀 선수들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날 몸풀기를 비롯해 미니게임까지 총 훈련은 오전(10시~12시30분), 오후(2시~5시)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오영길 감독은 일본 쪽 지도자의 훈련 진행 내용을 통역하며 한국 선수들의 이해를 도왔다. 오영길 감독의 두 아들도 보조 요원으로 선수들과 함께 뛰며 땀을 흘렸다.



4일 일본 오사카 호쿠요 고교 럭비장에서 한국과 일본, 재일동포 중학생 럭비 선수들이 합동훈련하고 있다.

4일 일본 오사카 호쿠요 고교 럭비장에서 한국과 일본, 재일동포 중학생 럭비 선수들이 합동훈련하고 있다.


현역시절 등 번호 10번을 달았던 아버지처럼 큰아들 오광태(혼다 히트)와 둘째 오영태(NTT 도코모 레드허리케인) 역시 일본 프로리그 1부 소속팀에서 10번을 달고 있다. 스크럼 뒤 공격 전개의 시발점 구실을 해야 하는 10번은 “공을 받기 전에 최소 3개 이상의 공격 방법을 염두에 둬야 한다”(오광태)는 말처럼 두뇌 회전이 빨라야 한다.



그런 아들이 대견한지 오영일 감독은 “아이 엄마가 두 아들 잘 키워서 프로가 됐다. 몸조심하고 럭비 선수로 더 대성했으면 좋겠다”며 말했다. 두 아들 역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담아, “아버지 따라 더 파이팅해야 한다”(광태) “아버지가 좋아하는 럭비로 활동하는 게 존경스럽다”(영태)며 화답했다.



훈련에 참여한 오사카조선중급학교 3학년 김유선은 오사카조고로 진학할 것이라고 했다. 몸이 탄탄하고 수줍어하는 그는 북한을 공화국이라고 했는데, 유니폼 양쪽에는 ‘일념통천’이 한자로, ‘오사까중급’이 한글로 쓰여있다.

훈련에 참여한 오사카조선중급학교 3학년 김유선은 오사카조고로 진학할 것이라고 했다. 몸이 탄탄하고 수줍어하는 그는 북한을 공화국이라고 했는데, 유니폼 양쪽에는 ‘일념통천’이 한자로, ‘오사까중급’이 한글로 쓰여있다.


삼부자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끈은 당연히 혈육의 정이다. 하지만 럭비와 재일동포, 오사카조선고급학교(오사카조고) 3개의 단어도 같은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2014년 개봉된 독립영화 ‘60만번의 트라이’에는 2009년, 2010년 일본 최고의 고교럭비대회인 ‘하나조노’ 대회 4강에 올랐던 오사카조고 럭비팀의 희로애락이 잘 드러나 있다. 당시 팀을 이끈 오영길 감독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한데 모아냈고, 선수들은 갈등하면서도 협력해 일본 800여개 고교팀 가운데 4강에 오르는 장면을 연출했다.



오사카조선중급학교 럭비팀 감독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럭비도 잘해야 하지만 남을 위해서 배려하는 학생이 되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오사카조선중급학교 럭비팀 감독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럭비도 잘해야 하지만 남을 위해서 배려하는 학생이 되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오사카조고의 성취가 재일교포 사회의 자부심이 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에는 훈련 과정에서 만난 한국 선수가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말할 때 받는 오사카조고 선수의 씁쓸한 독백도 나온다. 남이나 북의 소속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에서는 “조선인”이라 불리는 경계인 재일동포가 느낄 충격이 짐작이 간다.



선수층도 엷고 재원도 부족한 오사카조고 선수들은 그래서 더 열심히 뛴다. 1994년부터 하나조노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은 이후 일본 안에서도 럭비 강호로 알려졌고, 오사카조고 출신 선수들 30여명이 일본 프로럭비리그 1~3부에 진출해 있다. 일본 럭비국가대표팀의 10번 선수는 재일동포 이승신이다.



2015년 OK저축은행 프로배구 V리그 우승 당시의 오영길 감독과 최윤 회장. OK금융그룹 제공

2015년 OK저축은행 프로배구 V리그 우승 당시의 오영길 감독과 최윤 회장. OK금융그룹 제공


오 감독의 큰아들 광태는 “혼다팀에 60여명의 선수가 있다. 누구라도 실력만 되면 뽑히고 경기에 나간다. 럭비 종목에서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지킨 최윤 오케이 금융그룹 회장은 “럭비 종목은 격렬하게 부딪히면서도 경기 뒤 서로 친구가 된다. 오사카조고가 하나조노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도 재일동포뿐 아니라 일본 시민사회, 럭비 지도자, 변호사들의 서명운동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럭비에는 국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와 두 아들 삼부자는 다시 헤어져야 한다. 두 아들은 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하고,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오영길 감독은 “아들들이 노력해서 좋은 팀에 가고, 그곳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어 행복하다. 건강하게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팀에 복귀해 험난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두 아들도 “아버지 건강하라”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글·사진 오사카/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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