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삼성SDI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이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전기차(EV) 판매 둔화가 길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연이은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 취소 등 여러 악재에 놓인 배터리 업계는 향후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고체 시장에서 입지 강화에 나선다는 포부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지난해 내내 완성차 업체들의 감산과 재고 조정이 이어지며 수주 규모가 줄었고 일부 라인은 가동률까지 떨어지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북미와 유럽에서 전기차 보조금·환경 규제가 완화되며 성장 속도가 한 단계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완성차와의 장기 계약 일부가 조정·취소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을 겪었고, 삼성SDI 역시 프리미엄 위주 전략에도 EV 수요 공백을 피하지 못했다. 적자가 이어진 SK온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등 몸집 다이어트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리한 증설 경쟁 단계는 지나고, 수익성과 가동률을 먼저 챙기는 국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올해 3사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카드는 ESS와 LFP(리튬인산철), 전고체 배터리 등 새로운 성장 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북미 데이터센터·전력사향 ESS 수주를 늘려 EV 물량 감소분을 메운다는 계획이고,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와 46㎜ 원통형 개발에 속도를 내 프리미엄 시장을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LFP를 앞세워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북미 현지 생산과 고안전·고신뢰 이미지를 앞세워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시장 회복 시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증권가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3사 모두 수익성이 압박을 받는 대신 하반기 이후 ESS 본격 매출과 미국 세액공제(IRA) 효과가 더해지면서 점진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유럽 전기차 규제 강화 재논의, 미국의 정책 방향 등 대외 변수도 변수로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6년은 K-배터리가 EV 단일 스토리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과도기”라며 “누가 더 빨리 ESS·전고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북미에서 안정적인 생산·수익 구조를 만들느냐가 이후 10년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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