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샤워하고 난 후, 또는 평소 습관적으로 면봉·귀이개로 귀를 후비는 사람이 적잖다. 귀지, 귀속 물기를 제거할 목적에서인데, 그럴 때 발생하는 묘한 통쾌함에 매료돼 습관적으로 귀를 더 자주 후비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청력을 떨어뜨리고 귀 천공까지 부르는 등 귀 건강엔 '독'이라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경고가 나왔다.
6일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선우웅상 교수는 "귀지는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세균과 먼지의 침입을 막고 외이도 피부를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며 "귀지는 약산성(pH 약 6.1) 환경을 형성하고, 라이소자임과 포화 지방산 등의 항균 물질을 함유해 미생물 성장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귀지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귀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억지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 면봉·귀이개 사용을 반복하는 습관은 오히려 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면봉·귀이개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도구이지만, 위생 관리가 어렵다. 특히 화장실·욕실처럼 습한 환경에 보관하면 세균·곰팡이에 오염되기 쉽다. 또 오염된 손으로 면봉을 만지면 면봉이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 이런 기구를 다시 귀에 넣으면 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곰팡이균 등이 외이도로 직접 침투해 외이도염, 곰팡이성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인 성인의 외이도는 2.5㎝ 길이의 'S'자형 관으로, 평균 지름은 7㎜에 불과하다. 특히, 외이도 입구보다는 안쪽 2㎝ 지점에 가로지름이 5~6㎜로 가장 좁아지는 '협부'가 있어 고막을 보호한다. 귀지샘은 귓구멍 가까운 쪽의 외이도에서만 발견되며, 고막에 가까운 골부에는 귀지샘이 없다.
따라서 면봉은 귀지를 제거하기보다 안쪽으로 밀어 넣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오랜 기간에 걸쳐 고막 부근부터 귀지가 쌓여 딱딱하게 뭉치는 '이구전색(earwax impaction)'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선우웅상 교수는 "이구전색으로 귀가 먹먹하고 청력이 저하되거나 이명이 생길 수 있다"며 "이구전색이 생겼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통해 현미경과 특수 기구를 사용해 안전하게 제거해야 이차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속·플라스틱 재질의 귀이개는 날카로운 경우가 많아 외이도 피부를 쉽게 손상한다.
귀는 섬세한 기관으로 작은 상처도 염증의 통로가 돼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막은 0.1㎜ 이하로 얇아, 아주 작은 압력에도 손상되기 쉽다. 귀이개를 깊숙이 넣을 경우 출혈, 고막 천공, 심하면 중이염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선우웅상 교수는 "진료실에 온 환자 가운데 귀이개를 '살살 사용했는데도 귀가 손상됐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적잖다"며 "이는 그만큼 귀가 매우 민감해 작은 자극에도 외이도의 방어기전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지는 기본적으로 탈락한 피부세포와 지질로 이루어진 생물학적 방어기능을 수행하는 물질로 원래 자연스럽게 배출되므로 특별한 불편이 없다면 제거할 필요가 없다. 만약 귀 먹먹함이나 청력 저하, 통증이 생길 경우 자가 처치하기보다는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적인 귀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선우웅상 교수는 "귀는 섬세하고 민감한 기관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불필요한 자극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관리법"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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