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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의 사진지문] 빛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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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 사진작가]

#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초점이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초점은 카메라 렌즈를 조작해 피사체를 선명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사진은 내가 찍고 싶은 대상, 이를테면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재빨리 초점을 맞추는 일은 얼마 전까지 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스마트폰이 대중화한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렌즈와 이미지 센서가 작아 모든 곳에 초점이 맞습니다. 오히려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찍기가 어렵습니다. 스마트폰 사진이 언제나 선명한 이유입니다.


# 그런데 '선명함'이 늘 좋은 건 아닙니다. 눈에 또렷이 보이는 만큼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기 때문입니다. 그 선명함 때문에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가끔 '멍때리기'를 추천합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뇌도 쉬고 재충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 수많은 차량과 신호등, 건물 불빛이 밤을 밝힙니다. 카메라의 초점 모드를 수동으로 돌려 초점을 흐리게 조작합니다. 피사체의 형태는 사라지고 오직 빛 망울만 남았습니다. '빛 멍'입니다. 잠시라도 생각을 버립니다. 선명함이 사라진 틈새로 '여유'가 깃듭니다.


# 지난 한 해 열심히 달려온 우리입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멍한 시간도, 비움도 모두 다시 나아가기 위한 준비니까요.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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