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양궁선수 불륜녀 남편 살해사건
대구 양궁선수 불륜녀 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두 남녀를 공개수배한 장면/사진=MBC 보도 화면 |
2016년 1월6일, 중국 상하이시 공안국에 밀항 사실을 실토한 뒤 두 달간 억류됐다가 국내로 강제 출국당한 여성 유모씨(당시 48세)가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유씨가 남성 주모씨(당시 41세)에 이어 잇따라 같은 혐의로 체포된 것에 수상함을 느꼈다. 두 사람은 제 발로 중국 공안국에 출두해 자신들이 밀항했다고 자백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주씨와 유씨는 불륜 관계로 유씨의 남편 A씨를 살해하고 유기한 뒤 해외로 도주한 범죄자들이었다. 이들은 살인죄 공소시효를 오판해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과적으로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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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양궁 선수, 합숙소 인근 슈퍼마켓 주인과 불륜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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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당시 21세였던 주씨는 구청 소속의 촉망받는 양궁선수였다. 그는 합숙소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7살 연상의 여주인 유씨(당시 28세)에게 빠져들었다. 유씨는 동네에서 미인으로 유명했다. 그해 7월 두 사람은 불륜관계로 발전했고, 결국 유씨의 남편(당시 34세) A씨에게 사이를 들켰다. A씨는 슈퍼마켓을 정리하고 외딴곳으로 이사하는 강수를 뒀다.
유씨를 만나기 힘들어지자 화가 난 주씨는 12월8일, A씨에게 직접 만남을 요청했다. 포장마차에서 대화를 시작한 두 사람은 언쟁을 벌이다가 몸싸움을 일으켰다. 주씨는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A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말았다.
주씨는 A씨의 시신을 트럭에 싣고 11km 떨어진 구마고속도로 인근 배수로에 유기했다. 그는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시신을 태운 뒤 증거를 인멸하려 하기도 했다.
A씨 남편 시신이 발견된 고속도로/사진=MBC 보도 캡처 |
범행 다음 날, 주씨는 파출소에 근무하던 친누나에게 "사람을 죽였다"라고 털어놓았다. 누나는 '돈이 필요해 동생이 거짓말을 하나' 여겼으나 이후 연락이 끊기자 불길한 예감에 경찰에 알렸다. A씨의 아버지 역시 아들 부부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실종 신고를 했다.
하지만 주씨와 유씨 그리고 A씨 모두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뒤 6개월이 지난 1997년 6월, 장맛비에 A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살인사건으로 수사가 전환됐다.
경찰은 주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전국에 공개 수배령을 내렸다. 주씨와 유씨는 1년 4개월간 경북 경주, 전북 군산, 인천 등지를 떠돌며 숨어지냈다.
더이상 한국에서 지내기 어렵다고 느낀 두 사람은 위조여권을 구해 1998년 4월1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밀항했다. 주씨는 일본 파친코에서 브로커로 일하며 억대 돈을 모았다.
이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현지 전역에 검문 검색이 강화되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또다시 위조여권을 구해 6월 중국으로 밀항했다. 일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했던 두 사람은 중국에서 막노동과 공장일로 생계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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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공소시효 끝난 거 아닌가요?" 기간 착각한 불륜 남녀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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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주모씨의 현장검증 모습 /사진=SBS 보도 캡처 |
2010년, 고된 현지 생활에 지치고 향수병이 깊어진 두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 시점인 1996년을 기준으로 2011년 12월7일이면 더 이상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 사람은 중국 밀항을 실토하고 강제 출국당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밀항죄로 잠시만 처벌받으면 자유의 몸이 돼 한국에서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두 사람은 2015년 11월 상하의 총영사관에 자수했다. 심지어 중국 공안에 억류된 기간이 길어지자 "빨리 한국으로 추방하라"며 단식투쟁까지 벌이기도 했다.
2015년 12월 30일, 마침내 한국 땅을 밟은 주씨는 수사관 앞에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그런데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난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띠기도 했다.
하지만 주씨와 유씨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형사소송법(253조 3항)의 공소시효 정지 규정에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
위조여권으로 밀항해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던 이들의 출국 기록 역시 수사팀에 의해 모두 발각됐다.
영구미제가 될뻔한 사건은 범인들의 어설픈 법률 지식 때문에 스스로 밝힌 셈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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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 남편 살해한 주씨에 징역 22년, 내연녀 유씨는 징역 2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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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주모씨의 현장검증 모습 /사진=MBC 보도 캡처 |
검찰은 주씨를 △살인 △사체유기 △밀항 등 혐의로, 내연녀 유씨는 △여권위조 △밀항 등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2016년 5월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월영)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주씨에게 징역 22년을, 내연녀 유씨에게는 밀항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해 유기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범죄를 감추기 위해 사문서를 위조하고 처벌을 면하려고 공소시효 제도를 이용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에 대해 "비록 살해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도주에 적극 가담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라고 판시 이유를 밝혔다.
이어 9월 열린 항소심에서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항소를 기각,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2월29일 대법원 2부는 주씨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22년을 확정했다. 특별사면 또는 가석방이 없는 한 주씨는 2038년 1월에 출소할 예정이다. 유씨는 2018년 출소했다.
한편 살인죄 공소시효는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마아라 기자 aradazz@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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