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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양심’적이어야 하나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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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병역 거부자 홍정훈씨(맨 왼쪽), 오경택씨(왼쪽 셋째)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2월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병역 거부자 홍정훈씨(맨 왼쪽), 오경택씨(왼쪽 셋째)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방혜린 |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인척이 병역거부자다. 19살이 되는 해에 첫 통지를 받았을 것이니 나와 연배가 비슷한 그가 불안한 병역거부자의 신분으로 지내게 된 것도 벌써 20여년 가까이 지난 셈이다. 그는 내가 활동을 통해 아는 선에선 가장 오래 ‘유예된’ 병역거부자다.



그이라고 어떤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양심을 꾸준히,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대체복무역 심사에도 도전했으며, 몇차례의 법적 송사가 있었다. 한국 군대의 폭력 행위에 동참을 거부하겠다는 그의 양심을 국가로부터 점검받고, 다투는 데만 수년의 시간이 걸렸고 끝내 전부 패소했다. 패소 후 병역법 위반으로 또다시 기소됐고, 이달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의 송사에서 쌓인 판례로 비춰봤을 때 결국엔 ‘옥살이’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두가 2026년 새해를 맞는 기대로 부풀어 있는 연말 저녁, 배우자는 식탁에 앉아 선고에 대비해 그를 위한 탄원서를 썼다. 절망적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얘기한다.



흔히 생각하는 병역거부자의 이미지, 여호와의 증인 신자이거나, 남들도 다 있는 ‘양심’을 빌미로 의무를 면탈하고 싶어 애쓰는 사람. 나도 한때는 그렇게 여겼다. 굳이 사서 고생해 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했으므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활동이 지속되며 병역거부의 역사가 이미 일제강점기부터 있었고, 병역거부자가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것도 아니었으며, 그들이 납치당해 군대로 끌려갔고, 가서도 총은 못 든다며 고문당하고, 맞아 죽고, 그럼에도 끝내 양심을 놓지 않았던 역사에 대해 알게 됐다. 알면 알수록, 개인의 ‘양심’이 갖는 깊이를, 단지 그 단어가 너무 흔히 쓰이는 쉬운 단어라 그들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 2018년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이어 헌법재판소에서도 대체복무역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병역거부자에 대한 병역법상 처벌 근거,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 소집에 응하지 않는 경우 징역형에 처한다는 조항에 대해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 ‘양심’이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이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양심이 설사 대다수의 다른 이들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며, 개인의 양심이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위 재판에서는 개인의 양심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가 이 세가지를 제시했을 뿐, 이들의 양심이 어떤 종류인가에 대해 열거한 바 없고, 그것이 예외적일 수도 있지만, 다만 깊고 진실하여 의무를 수행할 수 없는가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병역거부의 현장에서는 개인의 양심을 굉장히 편의주의적으로, 기계적이고 협소하게 재단하려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 대체복무 심사에선, 피심사자가 무기를 사용하는 1인칭 슈팅(FPS) 게임을 한 적은 없는지 게임사에 계정 정보를 의뢰하고, 자신의 신념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자료 같은 ‘양심을 계량한’ 정보를 제출하기를 요구한다. 이제 대체복무 상담은 개인의 신념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도, 어떡하면 이 ‘심사’를 뚫어낼 수 있는지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 더 가까워졌다.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손팻말 안에는 ‘양심은 끝내 자유로워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양심이란 검찰이나 대체복무 심의위원회가 기대하는 것처럼, 아주 단단하고 고정된, 모태 신앙처럼 타고나는 불변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양심은 한 생의 가치관을 따라 켜켜이 쌓이고, 때로는 외압과 권력 앞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 헌법이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헌법의 이름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정에서 다소 흔들렸을지라도, 한 사람이 생의 절반을 신념을 지키기 위해 버텼다. 그럼에도 졌다. 얼마나 더 ‘양심적’이어야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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