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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돼도 17억?”…서울 청약, ‘로또’ 아닌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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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점 82점도 탈락…“청약은 끝났다”는 말 나오는 까닭은?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은 ‘치열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청약 시장은 지금 실수요자에게 냉혹하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포기보다 버티기’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

청약 시장은 지금 실수요자에게 냉혹하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포기보다 버티기’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


가점 만점자조차 당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청약 무용론’이 공공연히 회자된다.

◆3년 새 70% 뛴 분양가…당첨돼도 ‘감당 불가’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초구 ‘반포래미안트리니원’이 대표적이다.

당첨자 가점 커트라인은 최고 82점, 최저 70점에 달했다. 4인 가구 가점 만점(69점)도 모두 탈락했다는 의미다.

서울 핵심지에서는 사실상 다자녀·장기 무주택 최상위 점수대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청약 가점 급등은 실수요가 폭증해서라기보다, 공급 부족 속에서 가점제가 경쟁을 과도하게 증폭시키는 구조적 문제”라며 “개인의 선택 실패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청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가점 경쟁만이 아니다. 분양가 자체가 실수요자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문제로 꼽힌다.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043만원(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 5000만원을 넘어섰다.


2022년 말 2988만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약 70% 상승한 수치다. 이를 전용 84㎡ 기준으로 환산하면 분양가는 약 10억원에서 17억600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청약 경쟁률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분양가”라며 “가점으로 당첨돼도 대출 규제와 자금 조달 한계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이 더 이상 ‘로또’가 아닌 자금 검증의 관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약통장 이탈 가속…“포기해도 되나”

현실의 벽에 부딪힌 수요자들은 행동으로 반응하고 있다. 지난 11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26만4249명으로, 한 달 새 4만8000명 이상 줄었다. 특히 1순위 자격을 갖춘 가입자는 한 달 만에 5만8000명 이상 이탈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포기는 가장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통장은 당첨을 보장하는 수단이 아닌 선택권을 유지하는 장치”라며 “지금 어렵다고 해지하면, 시장이 바뀔 때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지 후 재가입하면 시간은 복구되지 않는다”며 “시장 냉각 국면에서 그 공백은 수년치 기회 상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아파트 당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핵심지·대형 평형’이라는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인기 지역만 보면 가점 70점도 부족하지만, 비선호 지역이나 중소형 주택형까지 범위를 넓히면 60점대 당첨 사례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

청약이 어려워진 시대, 선택지는 줄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관건은 점수가 아니라 전략과 인내다. 게티이미지

청약이 어려워진 시대, 선택지는 줄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관건은 점수가 아니라 전략과 인내다. 게티이미지


3인 이하 가구라면 전략은 더욱 분명해진다. 가점제 구조상 소가구가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용 60㎡ 이하 추첨제 물량을 노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특별공급, 추첨제, 비선호 타입을 병행하는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며 “1~2번의 낙첨으로 청약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중장기 조정 가능성도 ‘변수’…전문가들 “불합리해 보여도 제도 안에 남아야”

서울에만 시선을 고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3기 신도시 공공분양은 가점보다 자산·거주 요건이 중요해 장기 무주택자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의 ‘가점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분양가가 시세에 근접할수록 청약의 로또성은 약해지고 경쟁률과 가점 커트라인도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이 영구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청약 시장은 지금 실수요자에게 냉혹하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포기보다 버티기’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청약은 ‘안 되면 그만’이 아니라 ‘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라며 “불합리해 보여도 제도 안에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약이 어려워진 시대, 선택지는 줄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관건은 점수가 아니라 전략과 인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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