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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볍게… 전민철, 한국서 다시 날다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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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입단 후 첫 한국 공연
3일 ‘2026 더 나이트 인 서울 발레 갈라’ 무대에서 ‘차이콥스키 파드되’를 공연한 전민철은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점프했다./YOON6PHOTO

3일 ‘2026 더 나이트 인 서울 발레 갈라’ 무대에서 ‘차이콥스키 파드되’를 공연한 전민철은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점프했다./YOON6PHOTO


낮은 신음 소리 같은 탄성에 이어 숨죽인 고요가 객석에 흘렀다. 4일 오후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더 나이트 인 서울 발레 갈라’ 공연,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22)이 무대로 걸어 나오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마린스키 발레 입단 뒤 처음으로 다시 서는 한국 무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시절부터 ‘발레 아이돌’급 인기를 모았던 그는 무대 위에 그저 있는 것만으로 극장의 공기와 관객 마음의 흐름이 자신을 향하도록 바꿔 놓을 줄 아는 무용수다.

◇“짧은 기간, 더 큰 무용수 된 듯”

어릴 적부터 전민철을 가르치며 지켜본 조주현 한예종 교수는 “등장부터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원래도 카리스마가 강했는데, 마린스키로 건너간 그 짧은 기간 더 큰 무용수가 된 것처럼 깊이를 더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마린스키 발레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왼쪽)과 파리 오페라 발레의 '프리미에르 당쇠즈' 강호현의 '들리브 스위트'(Dlibes Suite) 공연. /YOON6PHOTO

마린스키 발레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왼쪽)과 파리 오페라 발레의 '프리미에르 당쇠즈' 강호현의 '들리브 스위트'(Dlibes Suite) 공연. /YOON6PHOTO


전민철은 이날 파리오페라발레의 ‘프리미에르 당쇠즈’(수석무용수 ‘에투알’ 바로 아래) 강호현과 ‘들리브 스위트’(안무 호세 마르티네스 파리오페라발레 무용감독)를, 마린스키의 동료 퍼스트 솔리스트 나가히사 메이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파드되’(안무 레오니드 라브로프스키)를 공연했다. 전날 3일엔 ‘들리브 스위트’와 함께 ‘차이콥스키 파드되’(안무 조지 발란신)를 선보였다. 깃털처럼 부드럽게 떠올라 공중에서 멈추는 듯한 특유의 점프, 신체가 음악이 된 듯 서정적인 동작, 단순한 마임이 아니라 온몸이 말하는 듯 섬세한 표현력까지…. 우리 발레 팬들은 새해 초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마린스키·파리오페라 韓스타 함께

‘들리브 스위트’는 “심플한 회전이 하나도 없고 움직임의 조합이 무척 까다로운 작품”(조주현 교수).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와 마린스키의 두 한국인 발레 스타가 함께 춤추는 모습을 처음 보는 관객에겐 감격적인 무대였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강호현의 파트너가 다쳐 전민철이 선배 강호현을 위해 파트너를 맡게 된 것. 연습 시간도 부족한 상태에서 파드되 두 편을 연달아 추는 것은 큰 부담이지만 전민철은 해냈다. 조주현 교수는 “잘 연습된 최상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누나가 자기가 필요하다니까, 용감하게 그냥 한 것”이라며 “그래서 ‘참 그냥 너답다’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수많은 팬이 극장을 떠나지 않고 출연자 대기실 입구에 장사진을 쳤다. 분장실에서 만난 전민철은 마린스키 생활에 대해 “‘라 바야데르’ 뒤에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를 모두 주역 무용수로 공연했고 지금은 ‘호두까기 인형’ 시즌”이라며 웃었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빨리 많은 걸 배워서 사실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그래도 ‘적응도 빠르고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들 해주셔서 다행이에요.”

마린스키 발레의 두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과 메이 나가히사의 '차이콥스키 파드되' 공연.  /YOON6PHOTO

마린스키 발레의 두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과 메이 나가히사의 '차이콥스키 파드되' 공연. /YOON6PHOTO


◇러 마스터들 “손이 참 아름답다” 찬사

이번에 공연한 ‘차이콥스키 파드되’와 ‘로미오와 줄리엣 파드되’는 안드리안 파데예프 마린스키 발레단장과 의논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골랐다. 마린스키 발레 마스터들 앞에서 리허설하며 지도받는 과정도 거쳤다.


칭찬받은 얘기를 묻자, 전민철은 “한국에서도 춤이 곱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러시아에선 첫 공연이 끝나자마자 단장님과 마스터 선생님들이 ‘네 손이 너무 아름답다’고 많이 말해주셨다”며 쑥스러워했다. 손끝 하나까지 깊은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발레리노에게 큰 힘이 되는 칭찬이다. “저의 춤 스타일, 왕자를 표현해내는 저만의 해석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시고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는 따뜻한 환호와 박수로 환영해준 고국의 팬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했다. “1년도 안 됐는데 어느새 한국에서의 시간이 정말 귀하게 생각돼요. 소중한 기억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추위와 음식은 적응됐을까. “서울이 더 춥던걸요, 하하. 음식은 완전 잘 맞아요!” 전민철은 5일 오전 비행기로 출국, 다시 마린스키 겨울 시즌 무대로 돌아간다.



/이프로덕션

/이프로덕션


‘더 나이트 인 서울 발레 갈라’는 지금 한국 발레의 저력과 실력을 보여 준 공연이었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출신 이영도 대표와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출신 최지원 기획감독 부부가 공연을 기획하고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한성우 솔리스트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회당 1200석 넘는 해오름극장의 3·4일 두 차례 공연은 티켓 오픈 당일 9분 만에 매진됐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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