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400돌파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5일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처음 4,400을 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반도체가 한국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거품 논란에도 빅테크 간 투자 경쟁이 심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메모리 슈퍼 사이클’로 유례없는 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에 반도체 주가가 뛰며 코스피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다만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향후 실적 전망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주가 변동이 커질 수 있다.
● “삼성전자, 코스피 상승분의 60포인트 이상 기여”
5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인 4,457.52로 마감한 동력은 삼성전자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7.47% 상승해 이날 코스피 상승분(147.89포인트) 중 60포인트 이상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2일 12만8500원으로 종가 기준 처음 12만 원을 넘은 지 1거래일 만에 13만8100원으로 장을 마치며 14만 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2.81% 상승해 69만6000원으로 마감한 SK하이닉스도 장중 70만 원을 터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있다. 2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19% 상승, 나스닥 종합지수는 0.03% 하락하는 등 보합권이었지만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10.51%), 샌디스크(15.95%) 등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지난해 11월 말 종가와 비교했을 때 마이크론은 33.4%, 샌디스크는 23.3%나 상승했다.
글로벌 메모리 점유율을 보면 마이크론은 D램 3등·낸드 4등, 샌디스크는 낸드 5등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점유율과 기술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뒤처진다고 평가받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6곳이 전망한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의 평균치는 각각 90조7886억 원, 80조5154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망치에 비해 삼성전자는 127.5%, SK하이닉스는 86.6% 증가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두 회사 모두 10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112조2000억 원으로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48조 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씨티는 삼성전자 155조 원, SK하이닉스 133조1000억 원을 전망했다.
● 사이클 넘어선 슈퍼乙 될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상향된 것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설비투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 수요가 커졌다. AI 모델이 학습에서 추론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고용량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뒤늦게 메모리 수요를 확보하려는 빅테크들이 오히려 을(乙)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고객과의 장기계약이 이어질 경우 메모리 사업의 가치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존 메모리 사업은 대규모 설비투자 후 계약을 체결해 전방산업 수요에 따른 사이클 변동에 따라 수익 폭이 크게 달라졌다. 파운드리(위탁생산)처럼 계약 후 설비투자가 이뤄진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장기계약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의 안정적 수급 없이 AI 로드맵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는 2∼3년의 장기 공급계약 비중이 빠르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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