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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첩사 개편, 軍 정보역량 높이는 방향으로

조선일보 고덕근 예비역 육군 준장·前 기무사 보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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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근 예비역 육군 준장·前 기무사 보안처장
고덕근 예비역 육군 준장·前 기무사 보안처장

고덕근 예비역 육군 준장·前 기무사 보안처장

최근 국방부가 국군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의 기능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방첩 기능만 남기고, 보안과 수사 기능은 각각 조사본부와 정보본부로 이관하며 일부 업무는 폐지하는 방안이다. 겉으로는 효율적 개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군 안보의 공백과 조직의 비효율, 나아가 부대원의 사기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방첩은 본질적으로 정보·보안·수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허브 기능이다. 보안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방첩이 내사하고, 필요시 수사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러운 체계이다. 하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분리하면 사건마다 다른 기관으로 이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특히 사이버 공격이나 내부자 기밀 유출과 같이 신속 대응이 필수적인 사안에서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조직 개편이 단순한 내부 조정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군 전체의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안보 환경은 전통적 군사 충돌을 넘어 사이버전, 심리전, 내부 교란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전쟁 양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군 스스로 방첩 역량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은 군 지휘 체계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정보 대응력 상실로 직결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의 핵심 경쟁력을 현저히 낮추는 선택이 될 우려가 있다.

또한 제도적 충돌도 불가피하다. 군사 수사권은 이미 군 검찰, 조사본부, 민간 사법기관과 얽혀 있다. 보안 관리 역시 국정원과 중첩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제도적 보완 없이 기능만 이관한다면 권한 충돌과 책임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안이 발생한 이후야 “누가 막았어야 했나”라는 책임 공방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장 부대원의 사기 저하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방첩사 요원들은 수사와 보안을 아우르며 장기간 전문성을 쌓아왔지만, 이번 개편 방향은 그간의 역할과 경험을 부정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임무 축소와 조직 해체에 대한 불안은 현장 요원들에게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는 곧 책임 회피와 소극적 업무 수행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안보 조직에서 사기 저하는 곧 전투력 저하와 다름없다.

해외 주요국들은 방첩·보안·수사 기능을 긴밀히 연계해 대응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첨단 정보전 환경 속에서 방첩 조직을 축소하기보다 오히려 전문 인력과 권한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군만 정치적 이유로 기능 분리와 축소를 선택한다면 치열한 국제 안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특히 2018년 기무사 해체 당시 겪었던 혼란과 조직 붕괴의 기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방첩사의 개편 방향은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며, 요원들이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방첩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편만이 국가와 군의 안보 역량을 지키며 하이브리드 전쟁 시대에 걸맞은 강한 군을 만드는 출발점이다.

[고덕근 예비역 육군 준장·前 기무사 보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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