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석유의 나라다. 원유매장량이 세계 1위이고 수출 비중이 90%를 웃돈다. 석유 관련 세수가 정부수입의 60%에 육박한다. 1910년대 스탠더드오일(현 엑손모빌)과 걸프오일(현 셰브론) 등 미국 자본이 시추·정제시설 등 인프라를 깔아준 덕분에 이 나라는 세계적 산유국으로 발돋움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베네수엘라는 연합국의 핵심 에너지 공급처였을 정도다.
베네수엘라는 ‘21세기 사회주의자’라 불리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1999∼2013년) 석유 부국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0년 이후 13년간 유가가 치솟은 덕에 석유 수익으로 7800억달러를 챙겼다. 차베스는 이 돈을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소득층 보조금으로 쏟아부었다. 그는 반미노선을 표방하며 외국 정유사 자산과 주요 유전을 모조리 국유화했다. 차베스는 중남미 반미 좌파동맹의 맹주로 떠올랐지만 그의 황금기는 2013년 유가급락과 함께 끝났다.
후계자인 노조운동가 출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차베스의 노선을 따라 했다. 반미를 외치며 석유 이권을 틀어주고 퍼주기 정책을 폈다. 하지만 셰일가스 혁명까지 겹쳐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베네수엘라는 생지옥으로 변했다. 민생과 경제는 파탄 난 지 오래다. 생필품은 품귀되고 2018년 물가상승률은 무려 13만%에 달했다. 황금알을 낳던 거위도 제대로 돌보지 않은 탓에 서서히 말라 죽어갔다. 1970년대 한때 하루 350만배럴이었던 석유생산량은 90만배럴로 쪼그라들었다. 마두로 정권은 중국에서 빚을 내고 헐값에 석유를 넘기며 정권연장에 몰두했다. 1970년대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었던 페레스 알폰소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20년 후에 석유 때문에 국민이 파멸에 이를 것”이라며 “석유는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했다.
불행히도 이 예언은 현실이 됐다. 한때 베네수엘라를 부국으로 만들었던 석유가 이제는 나라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석유 자원 고갈 이후를 내다보고 ‘포스트 오일(Post-oil)’ 전략을 추진해 오일머니로 나라를 지식 기반 경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가 리더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선명한 대비가 아닐 수 없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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