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숲과나눔이 지난해 11월15일, 서울 서초구 재단법인 숲과나눔 강당에서 기후·환경 의제를 둘러싼 언론의 시각과 데이터 문해력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박기용 한겨레 지구환경팀장(왼쪽 둘째)이 발언하고 있다. 숲과나눔 제공 |
정예름 | (재)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지난해 나는 재단법인 숲과나눔에서 한겨레신문과 함께 환경·안전·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인공지능(AI)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과 텍스트마이닝 실습 교육을 진행했다. 국내외 민간 기업과 협력해 비영리조직, 소셜 벤처, 사회적기업 종사자와 연구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 온라인 교육에는 수천명이 참여했고, 공모전에도 수십팀이 각자의 문제의식을 인공지능으로 풀어보겠다며 제안을 보내왔다. 오프라인 교육 역시 신청자가 몰려 별도의 선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매개로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니 반복해서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두가지 상반된 시선이다. 누군가는 인공지능을 막대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을 동반한 하나의 환경 부담으로 보고, 또 다른 이는 인간을 대신해 환경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 해법처럼 기대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한쪽만이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제 인공지능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가는 선택지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기술을 거부할 수 없다면,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은 무엇인가.
오늘날 환경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얼핏 무관해 보이는 현상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긴밀하게 얽혀 있다. 어느 하나의 요소나 단편적 분석만으로 전체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복합성은 사실과 해석의 경계를 흐리며, 논의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근거 없는 주장과 단순화된 해석이 빠르게 확산하고, 정작 문제 해결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논의만 보아도, 어느 순간부터는 데이터보다 진영 논리가 앞서는 장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이고 왜 발생했는지, 주어진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문제 정의가 흐려질수록, 기술은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논쟁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러므로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습득하느냐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기술을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불고 있는 인공지능 열풍은 종종 기술 자체가 문제 해결의 중심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인공지능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데 뛰어난 능력이 있지만, 어떤 패턴이 사회적으로 중요한지는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더욱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언젠가는 새로운 기술로 대체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와 같이 문제의 핵심을 짚고,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데이터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단순히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는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추론하고, 다양한 정보 중에서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선별하며,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능력 전체를 포함한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가?’, ‘이 현상은 어떤 맥락에서 읽어야 하는가?’를 묻는 힘은 기술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요즘처럼 인공지능이 점점 고도화되고, 기후·환경 정보를 둘러싼 오류와 오해가 쉽게 확산하는 시대에는 이 능력이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다루느냐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통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이다.
사회문제 해결에서 인공지능은 분명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데이터 분석과 해석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복잡한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하고 시각화하며, 사회문제를 이해하는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환경 문제 해결은 더 똑똑한 기술이 아니라, 더 정교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회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시민의 역량이 축적될 때, 환경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 역시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