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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서 마주한 민주주의, 국정보고서 재확인하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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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현장 모습. 케이티브이(KTV) 갈무리

지난해 12월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현장 모습. 케이티브이(KTV) 갈무리




이종면 | 경남 창원시 동읍 솔마을 주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철새들의 평화로운 쉼터인 주남저수지 인근에는 13가구가 가족처럼 모여 사는 ‘솔마을’이 있다. 최근 열린 ‘2025년 결산 총회’에서 나는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이번 총회는 그동안 집집마다 돌아가며 열던 ‘순번제 반상회’의 마지막 집 거실에서 열렸다. 새해부터는 운영 방식을 바꾸기로 했기에, 이날 모임은 낡은 관행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다. 가장 큰 화두는 여성 주민들의 고충이었던 순번제 폐지와 회비 인상 여부였다. 단 두표 차이로 “회비 인상 전에 지출부터 꼼꼼히 살피자”는 결론이 났을 때, 나는 결과보다 그 결론을 만들어낸 우리 이웃들의 치열한 토론 과정에 깊은 전율을 느꼈다.



누구 하나 목소리를 높여 상대를 윽박지르지 않았고, 남성들은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며 기꺼이 결정권을 넘겨주었다.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자기 의견을 당당히 내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 속에서 나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진짜 민주주의’가 우리 이웃의 거실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았다.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며 “우리 동네 참 멋지다”는 행복한 고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더욱 감동적이었던 것은 회의가 끝난 뒤였다. 우리는 치열했던 토론 과정을 정성껏 담은 동영상을 마을 단톡방에 공유했다. 영상을 지켜본 불참 세대들은 마을의 대사가 얼마나 신중하고 정직하게 결정되었는지 그 ‘과정’을 생생히 목격했고, “과정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따뜻한 지지를 보내주었다. 투명하게 공유된 기록이 이웃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그 든든한 유대감은 내가 이 마을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이 개인적인 감동의 여운은 며칠 후 티브이(TV)로 생중계된 대통령의 부처 업무보고를 보며 더욱 증폭되었다. 우리 마을이 반상회 영상을 공유해 이웃의 신뢰를 얻었듯, 국가 지도자들이 안방의 국민을 향해 국정 설계도를 펼쳐 보이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지금까지 국정은 먼 곳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의 시각에서 질문하고 장관들이 답변하는 그 생생한 중계 화면을 보며, 나는 마을 총회 때와 똑같은 희열을 느꼈다. 솔마을의 살림살이가 투명하게 기록된 동영상이 공유되듯, 대한민국의 국정도 이제 국민 앞에 가감 없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정말 제대로 된 선진국이 되었구나” 하는 자부심에 눈시울이 시큰해질 정도였다.



민주주의는 어려운 이론이 아니었다. 거실에서 이웃과 나누던 투명한 소통, 그리고 티브이에서 마주한 국정의 진솔한 보고가 바로 민주주의의 참모습이었다. 내가 마을의 주인으로 존중받음을 느낄 때 행복했듯, 국가가 국민을 주인으로 예우하며 소통하는 모습에서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깊은 자존감을 확인했다.



작은 마을에서 쏘아 올린 민주주의의 불꽃이 국가 전체의 밝은 빛으로 이어지는 현장을 목격한 이 행복한 경험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투명함이 신뢰가 되고 소통이 국격이 되는 이 경이로운 변화가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솔마을 단톡방에 흐르던 그 다사로운 온기가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나갈 때, 우리는 진정으로 위대한 민주주의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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