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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7년 '존버'…60년 묵은 세계적 난제 푼 한국 수학자

머니투데이 박건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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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 백진언 고등과학원 박사… '소파 움직이기' 난제 실마리 제공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교수직은 무조건" 극찬도

백진언 박사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박사 (허준이펠로우) /사진=고등과학원

백진언 박사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박사 (허준이펠로우) /사진=고등과학원



단 하나의 난제를 풀기 위해 7년을 쏟은 우리나라 청년 수학자의 연구가 '세계 10대 수학 혁신 사례'로 꼽혔다. 백진언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박사(허준이펠로우·31)가 주인공이다.

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국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최근 '2025년 10대 수학 혁신'으로 '소파 움직이기 문제'를 꼽았다.

소파 움직이기 문제는 1966년 캐나다 수학자 레오 모저가 처음 제안한 문제로, 약 60년 세계 수학계의 대표적인 난제였다. 너비가 '1'로 좁고 L자 모양으로 꺾인 복도를 지나갈 수 있는 소파 중, 최대 크기의 소파를 찾는 문제다. 복도의 꺾인 구간을 통과할 수 있는 소파면서도 크기는 최대한 키우는 게 관건이다.

폭이 '1'인 L자 모양의 복도를 지나는 거버의 소파 /사진=백진언(https://arxiv.org/pdf/2411.19826)

폭이 '1'인 L자 모양의 복도를 지나는 거버의 소파 /사진=백진언(https://arxiv.org/pdf/2411.19826)



수학자들은 일반적인 '직사각형' 형태로는 꺾인 복도를 지나는 큰 소파를 만들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968년 영국 수학자 존 해머슬리가 내놓은 첫 답은 곡선형 소파였다. 소파 양 끝은 곡선으로 이뤄지고 가운데는 움푹 파인 수화기 모양이다. 이 경우 소파의 넓이는 약 2.2074이다.

24년 후인 1992년, 미국 수학자 조셉 거버는 크기를 좀 더 확대한 모델을 제시했다. 이른바 '거버의 소파'다. 거버의 소파는 헤머슬리의 소파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크기는 2.2195로 미세하게 커졌다. 비결은 '곡선 추가'에 있었다. 거버의 소파는 18개의 크고 작은 섬세한 곡선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거버의 소파가 인류가 찾을 수 있는 '최댓값'인지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L자 복도를 지나는 소파가 시계방향으로만 단조롭게 회전하는 '모노톤(Monotone) 소파'임을 설명하는 백 박사의 논문 그림. 소파가 복도를 이동할 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는 의미다. /사진=백진언(https://arxiv.org/pdf/2411.19826)

L자 복도를 지나는 소파가 시계방향으로만 단조롭게 회전하는 '모노톤(Monotone) 소파'임을 설명하는 백 박사의 논문 그림. 소파가 복도를 이동할 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는 의미다. /사진=백진언(https://arxiv.org/pdf/2411.19826)



이를 증명한 게 백 박사가 2024년 12월 발표한 연구다. 백 박사는 당시 29세로, 연세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119쪽에 이르는 논문을 통해 백 박사는 거버의 쇼파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적해'임을 제시했다. 핵심은 L자 모양 복도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면적의 '상한선'을 정의하는 것인데, 백 박사는 소파가 통과할 수 있는 여러 기학학적 조건을 고려할 때 그 어떤 형태의 소파라도 '2.219530'보다는 클 수 없다는 것을 수식으로 밝혔다. 이는 거버의 소파와 가장 가까운 근사치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 연구에 대해 "(백 박사는) 인상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오랜 난제를 해결하는 건 모든 수학자의 꿈이지만 신진 수학자에게는 더 큰 꿈"이라며 "(논문에 대한) 검증이 남았지만, 무사히 지난다면 교수직은 '떼놓은 당상'일 것"이라고 극찬했다.

한편 20대였던 백 박사가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난제 해결에 쏟았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백 박사는 지난해 초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소파 옮기기 문제라는 현대수학의 난제를 지난 7년 동안 연구해 마침내 해결했다"며 "실제 산업에 도움이 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기하적 최적화 문제에 대한 현대수학의 이론적 이해를 약간 진전시키는 결과"라고 했다.

그는 "저는 이렇게 한 가지 문제의 본질에 대해 현장과는 다른 페이스로 훨씬 더 긴 호흡과 터널 비전(좁은 분야를 깊게 파는 것)으로 사고할 수 있다. 요즘은 LLM(거대언어모델)이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며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고해 어떻게 특정 현대수학의 난제를 풀 수 있을지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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