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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선거’ 떠올리게 하는 서울의 ‘공천 비리’ [박찬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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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비리를 묵인했다는 지적을 받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비리를 묵인했다는 지적을 받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찬수 | 대기자



2000년대 중후반, 경북 청도에서 연이은 부정선거로 군수 3명이 잇따라 구속되고 거의 매년 재선거를 치른 일이 있다. 돈 살포에 연루된 주민 수십명이 구속됐고, 살포책으로 지목된 주민 2명은 자살까지 했다. 그걸 보면서 민주주의가 나름 뿌리내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청도는 한 집 건너 친인척이고 모두가 이웃사촌인, 사적 인연이 끈끈한 지역 사회라 그랬을 거라고, 대도시에선 어림없는 일이라고 많은 이들은 믿었다.



그런데 유형은 다르지만 수십 년 전에나 있을 법한 지방선거 공천 비리가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김경 서울시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공천을 위해 지역위원장인 강선우 의원 쪽에 1억원을 전달했다는 사건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대도시, 특히 서울에선 ‘돈을 받고 공천을 주는 행태’가 오래전에 사라졌을 거란 믿음이 산산이 깨졌다. 더구나 직전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김병기 의원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구의원 2명에게서 5백만~1천만원을 받았다 돌려줬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게 다 국민의힘보다는 깨끗하다고 자부해온 민주당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공천 비리가 이것뿐이겠냐는 점이다. 김경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첫 서울시의원 배지를 달았다. 2022년에 1억원을 건네면서까지 공천을 따내려 했던 인물이 과연 4년 전엔 가만히 있었겠냐는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비례대표는 상위 순번을 받으면 곧 당선이라, 공천 헌금이 오가기 쉽고 규모도 크다. 김경 시의원 행태로 보면, 2018년 비례대표로 선정될 때도 누군가에게 거액의 돈을 줬으리라 보는 게 오히려 합리적 추론이다.



이 사건은 왜 지방의회 비리가 많은지에 대한 설명의 단초를 제공한다. 수천만~1억원을 주고 시·도의원(광역의원) 또는 시·군·구의원(기초의원)이 되니까, 그 비용을 4년 임기 내에 뽑아내려 하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3선을 한 전직 국회의원은 “건설을 비롯한 인허가권을 시·도 아닌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에서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러니 기초의회 의원과 구청(군청) 건설과 직원, 건설업체 대표가 유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국회의원은 “기초의원도 1년에 1~2번씩 꼭 자치단체 예산으로 해외를 나간다. 국회의원보다 더 많이 나가는 해도 있다”고 말했다. ‘공천 헌금’이 의정 활동을 어떻게 훼손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공천이 썩으면 4년 임기의 지방의회도 썩을 수밖에 없다.



지방의원 공천이 시민의 감시 눈길에서 벗어나 있는 점도 타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지방선거에서 언론의 관심은 광역·기초단체장에 쏠린다. 시·도 지사나 서울 같은 대도시의 구청장은 지켜보는 눈길이 많기에, 돈을 받고 유력 인물을 배제하거나 특정 인물을 미는 식의 결정을 하기 쉽지 않다. 기초·광역 의원은 다르다. 정당마다 좀 차이가 있지만, 지방의원 공천은 대개 국회의원 절반과 외부 인사 절반이 참여하는 시·도 공천심사위(공천관리위)에서 결정한다.



시·도 공천심사위에 참여한 적이 있는 인사는 “기초·광역 의원 공천 심사는 일관된 기준이 있다기보다, 지역구 국회의원 또는 지역위원장의 요청이 거의 받아들여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 영향력이 절대적이니까 의원과 후보 둘 사이에 돈이 오가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2022년에 다주택자로 결격 사유가 분명했던 김경 시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강선우의 강한 요청으로 단수 공천을 받은 건 단적인 예다.



서울이 이 정도니 여야의 정치적 기반인 영·호남을 비롯한 지방의 공천과 의정 활동이 어떨지 예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요즘 전남 나주시의원 7명은 시의회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일이 어디 나주시의회 뿐일까 싶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데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대서 또 제1야당 국민의힘의 자멸적 행동으로 지금은 반사이익을 누리지만, 국민 신뢰를 잃는 건 한순간이다. 수사는 경찰에서 하겠지만, 당 차원의 엄정한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 비리 국회의원의 직을 박탈하는 건, 대법 판결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국회 윤리특위와 본회의 의결로도 가능하다. 1960년대 ‘막걸리·고무신 선거’ 같은 정치 행태를 뿌리 뽑지 않고서 어떻게 인공지능(AI) 선도국가를 말할 수 있겠는가.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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