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의 주식 재산도 크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장비 계열사 주가 급등의 수혜를 입은 이용한 원익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1년 새 500% 넘게 급증하며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기록했다.
5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일과 올해 1월 2일을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가운데 주식 평가액이 1000억 원 이상인 총수 45명의 주식 재산을 조사한 결과 전체 규모는 57조 8801억 원에서 93조 3388억 원으로 1년 만에 35조 4587억 원 늘었다. 증가율은 61.3%에 달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41명은 1년 사이 주식평가액이 증가해 전체의 91.1%를 차지했다.
증가율 기준으로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이용한 원익 회장이었다. 이용한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지난해 초 1297억 원에서 올해 초 7832억 원으로 503.7% 증가했다. 반도체 시장 초호황 국면에서 원익홀딩스(030530) 원익QnC(074600) 원익큐브(014190)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나란히 급등한 영향이 컸다. 특히 원익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초 2810원에서 올해 초 4만 7650원으로 1년 새 1595.7% 치솟으며 주식 평가액 급증을 이끌었다.
주식 재산 증가 금액 기준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가장 컸다. 이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지난해 초 11조 9099억 원에서 올해 초 25조 8766억 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20조 원을 넘어선 이후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지며 1년 사이 증가액만 13조 원을 웃돌았다. 삼성전자 삼성물산(028260) 삼성생명(032830) 등 핵심 계열사 지분 가치가 모두 1조 원 이상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같은 기간 5조 2019억 원에서 12조 5177억 원으로 7조 3158억 원 증가했다. 삼성물산 지분 가치도 4조 9051억 원 이상 늘었으며 이달 초 모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 관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삼성물산 주식이 반영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17만에서 18만 원대로 올라설 경우 이재용 회장의 주식 가치가 3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회장 다음으로 주식평가액이 많이 늘어난 총수는 서정진 셀트리온(068270) 회장이었다. 서 회장의 주식 재산은 지난해 초 10조 4308억 원에서 올해 초 13조 6914억 원으로 3조 2606억 원 증가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정몽준 HD현대 최대 주주 겸 아산재단 이사장도 같은 기간 주식 재산이 각각 2조 원 이상 늘었다. 방시혁 하이브(352820) 이사회 의장과 정의선 현대차(005380) 회장, 최태원 SK(034730) 회장, 조현준 효성(004800) 회장 역시 1조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코스피 강세가 이어질 경우 대주주 주식평가액 확대 흐름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와 대형주 중심의 불장이 총수 주식재산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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