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토요일 광화문 집회 곁을 지났다. 차가 너무 막혔고 집회 스피커가 고성능이었다. 차 속에서 듣게 됐다. 연단에 오른 어떤 ‘목사’가 외쳤다. “김문수를 끌어내라. 이 자가 여기서 키워준 은공도 모르고 한동훈을 끌어안았다.” 청중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이른바 ‘배신자 올가미’다. 이 올가미는 배신자를 묶는 게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보수의 발목을 잡았다. 유승민부터 한동훈까지 배신자 낙인은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수 쪽 정치 에너지를 요동치게 했다. 사실상 약화시켰다. 동지끼리 뒤집어씌운 자생적 올가미여서 남이 벗겨줄 수가 없다.
이 올가미는 악성이다. 한번 찍힌 배신자를 눈곱만큼이라도 역성들면 그 역시 배신자가 된다. 접촉하면 감염되는 바이러스 같다. 유승민·한동훈이 옳은 말을 해도 야당 의원들이 침묵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른바 ‘배신자 올가미’다. 이 올가미는 배신자를 묶는 게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보수의 발목을 잡았다. 유승민부터 한동훈까지 배신자 낙인은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수 쪽 정치 에너지를 요동치게 했다. 사실상 약화시켰다. 동지끼리 뒤집어씌운 자생적 올가미여서 남이 벗겨줄 수가 없다.
이 올가미는 악성이다. 한번 찍힌 배신자를 눈곱만큼이라도 역성들면 그 역시 배신자가 된다. 접촉하면 감염되는 바이러스 같다. 유승민·한동훈이 옳은 말을 해도 야당 의원들이 침묵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부정선거 올가미’도 마찬가지다. 내 앞에 700쪽짜리 ‘부정선거 해부학’이란 책이 있다. 두툼하다. 전현직 교수, 검사, 의원 등 5인 저자다. 핵심 근거는 ‘사전투표와 본투표 결과가 대수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표본 집단과 모집단이 균질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책이 틀렸다. 그러나 부정선거 음모론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음모론은 사이비 종교와 비슷하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아무리 반대 증거를 들이대도 그 또한 음모가 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밝힌 지 5세기가 흘렀건만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국제 지평설 연구학회(International Flat Earth Society)’는 회원이 수천 명이다.
‘내란 올가미’는 보다 실전적이다. 현대 정치사와 선거 전략에 유례가 없을 만큼 가장 효과적인 살상 무기가 됐다. 걸리면 죽는다. 이젠 ‘계엄’도 ‘김건희’도 현수막 슬로건에서 뒤로 밀린다. 내란 올가미 하나로 모든 선거를 싹쓸이할 수 있다.
‘내란’이란 두 글자는 정국을 아연 긴장케 했다. 국민 대다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듣는 ‘내란 우두머리’라는 형법 용어 앞에 마른침을 삼켰을 것이다. 군중의 광기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를 기다린다. 기대에 어긋나면 내란 올가미가 본격적으로 판사를 노릴 것이다.
내란 올가미에 약발이 떨어지면 계속 충전한다. 1차 특검, 정부에 내란 색출 TF, 이적죄 적용, 수사 결과 발표, 전담 재판부, 2차 종합 특검 등 저들은 아이디어 전문가다. 무궁무진하다. ‘사골 국물 우린다’는 비난은 무시한다. 이때 안타깝게도 보수는 ‘적(敵)의 언어’를 썼다. “입법 폭주가 곧 내란이다”라는 말도 역공인 것 같지만 적의 언어다.
‘윤어게인’도 다르지 않다. 처음엔 파면된 대통령의 재출마와 재당선을 요구하는 것이 순교자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대안 서사’일 뿐이라고 봤다. 심리적 불안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인지 부조화의 결과다.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반대 진영이 ‘윤어게인’을 공격용 조롱거리로 더 많이 사용했다. 그 순간 적의 언어가 됐다. 여기에 휘말린 보수는 ‘윤어게인’의 “실체가 없다” “아니다, 실체가 있다”가 충돌하면서 내부 총질 같은 자발적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
배신자 올가미는 라이벌 사이에 매우 솔깃하다. 정체성이 흔들리고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가 안 보이면 배신자 낙인찍기 유혹에 빠진다. 주연급 둘을 놓고 배신 장면을 삽입하면 순간 시청률이 솟는다. 보수는 어느덧 배신자 찍기에 중독이 됐다. 좌파의 ‘수박’ 논란도 그런 경향이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보수 쪽이 더 심하다. 이 올가미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보수는 결국 자기모순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국민적 신뢰를 완전히 상실할 것이다.
[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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