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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현장]왜 성소수자엔 사과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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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되었다. 내란을 옹호하고 성소수자 혐오를 일삼아온 전력과 ‘파격’ ‘실용’이라는 말로 덮을 수 없을 정도로 나오는 온갖 갑질 의혹은 해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내란 옹호 이력에 대해서는 당파성에 매몰되어 사안의 본질을 놓쳤다며 사과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계엄 옹호,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을 지역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터라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혜훈 내정자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대표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차별금지법을 하나님 나라를 무너뜨리는 악법이라고 주장한 것은 물론, 동성애가 죄임을 알리고 확산하지 않게 하려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 사퇴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 속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 이력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듯 보이지만, 사과의 대상에서 성소수자가 배제되어서는 안 되며,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지금의 의견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밝혀야만 한다.

그동안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문제 제기를 받아온 정치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단순히 발언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입법을 방해하고, 정책에서 배제하고, 차별을 선동하는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선거 시기마다 혐오 발언을 감시하는 활동을 펼쳤는데, 이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요구가 바로 ‘사과’였다. 잘못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는 것,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는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성소수자들에겐 자신의 존재와 마지막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성소수자에게 사과한 정치인이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지난해 10월 노르웨이 교회가 그동안 성소수자에게 수치심과 큰 고통을 주었다면서 공식적으로 사과하였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가톨릭이 소외시킨 성소수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2017년 캐나다 정부는 과거 수년 동안 부당한 법규로 가혹한 차별과 피해를 겪은 성소수자 전직 공직자들에 대해 보상과 함께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2023년 독일 의회 역시 나치 정권하에서 강제 수용되어 희생당한 성소수자들을 추모하며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일부 국가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과거 역사에 존재했던 차별적인 발언이나 제도적 억압 등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움직임이 있으나, 한국은 반성과 사과가 없어도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성소수자 혐오 발언은 흠조차 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새해 국정 기조로 ‘무지개’를 언급했다. 보수적 가치를 가진 사람도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잡탕’이 아닌 ‘조화로운 오색빛깔 무지개’를 만들자는 것을 제안한 것이었지만, 성소수자 시민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을 장관으로 지명한 것이 과연 무지개에 부합하는 정치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무지개 정치는 차별받는 사람과 제도에서 배제된 사람을 포용하고 인권이라는 가치를 국정 철학에 두었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성소수자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 이 전 의원 내정 자체가 무지개를 더럽히는 것임을, 그것이야말로 ‘잡탕’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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