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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언캐니 푸드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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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 근처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를 잘한다는 집을 찾아갔다. SNS에 여러 차례 이 집 샌드위치 포스팅이 올라왔는데 꽤 근사해 보였다.

두 번 방문했지만 인산인해였다. 맛을 볼 수가 없었다. 세 번째 방문에는 아예 이 집 대표 메뉴를 포장해 왔다.

집에 와 포장을 열어보니 일단 예뻤다. 갈색 빵과 샛노란 계란 그리고 빨간 잼이 이루는 색감이 예술이었다. 하지만 맛은 없었다. 계란은 너무 짰고 잼은 너무 달았다. 직접 구웠다는 빵은 바삭한 질감도 구수한 향도 없었다. 각 잡힌 모양을 위해 빵의 기본인 발효와 숙성 시간을 과도하게 통제한 것 같았다. 맛보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더 염두에 뒀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빵인데 빵이 아닌 것 같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이런 감정을 심리학에서는 언캐니(uncanny)라고 한다. 영어로 ‘묘한’ ‘초자연적인’이란 뜻이다. 언캐니는 친숙해야 할 대상이나 상황이 갑자기 이질적이거나 섬뜩하게 느껴지는 심리적 경험을 말한다.

독일 정신과 의사 에른스트 옌치가 1906년 밀랍인형처럼 대상이 살아 있는지 무생물인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인지적 오류에서 비롯된다고 규정했다. 그래서 언캐니는 학술적으로는 ‘두려운 낯섦’으로 번역된다.

언캐니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서 대중에게 섬뜩한 미감을 주기 위해 주로 전위적으로 이용됐다. 공장 기계화가 도입되면서 인간이 부품화되던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언캐니는 미술, 건축, 영화, 패션 같은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색다른 취향쯤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음식에도 언캐니가 출현했다. 분자요리가 대표적이다. 분자요리는 식재료를 고전적 방식이 아니라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질감을 변형시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전위적 요리법이다.

실험실에서나 볼 법한 액체질소나 레시틴 같은 유화제를 이용했다. ‘비싼 장식품’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창의성으로 뇌를 만족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최근 언캐니 푸드 트렌드는 창의성이나 예술성보다 기괴함에 방점이 찍힌다. 대표적인 음식이 2024년 미국에서 등장한 치킨 너깃과 캐비아의 조합이다. 치킨 너깃은 닭고기, 밀가루, 향미증진제를 섞어 만든 대표적인 정크푸드다.

반면 캐비아는 중세 이후 유럽 왕이나 귀족들이 먹던 최고급 식재료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같은 형용모순은 SNS에서 엄청난 반향을 얻었다. 그래서 뉴욕, 시카고 같은 미국 대도시에서 100달러에 이르는 고가의 이 음식이 여전히 유행 중이다. 한술 더 떠 감자튀김이나 팝콘과 캐비아를 주는 메뉴도 출시됐다.

치킨 너깃은 성인병을 유발하는 초가공식품이다. 캐비아는 최소 5년을 가둬 키운 철갑상어를 죽인 뒤 채취한다. 언캐니 푸드는 음식이 최우선하는 맛과 영양은 물론 윤리적 가치와도 거리가 있다. 심지어 최근 언캐니 푸드 트렌드는 SNS 입소문을 위해 의도적으로 음식의 기존 가치를 전복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SNS용 언캐니 푸드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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