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유산 해석의 국제적 흐름은 분명하다. 유산을 단일한 국가 서사로 설명하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 세계유산은 다양한 기억과 경험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이해되고 있다. 2008년 이코모스(ICOMOS)의 ‘에나메 헌장’ 이후, 유산 해석은 더 이상 기술적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의 완전성, 다양한 주체의 다성적 목소리, 그리고 불편한 과거까지 포함하는 포용적 해석이 세계유산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이코모스 해석설명 과학분과위원회(ICIP)에서 논의 중인 ICOMOS 에나메 헌장 개정 방향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일본이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한 사도 금광 관련 보고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역의 존재를 ‘형식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언급의 유무가 아니다. 조선인의 강제노역이 어떤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피해자들이 어떤 조건과 맥락 속에서 노동을 강요받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주변화되어 있으며, 유산의 산업적 성취를 강조하는 서사 속에 흡수되어 있다.
현재 이코모스 해석설명 과학분과위원회(ICIP)에서 논의 중인 ICOMOS 에나메 헌장 개정 방향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일본이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한 사도 금광 관련 보고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역의 존재를 ‘형식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언급의 유무가 아니다. 조선인의 강제노역이 어떤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피해자들이 어떤 조건과 맥락 속에서 노동을 강요받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주변화되어 있으며, 유산의 산업적 성취를 강조하는 서사 속에 흡수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해석의 차이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선택적으로 배열하고, 불편한 기억을 최소화하는 방식은 세계유산 해석에서 이미 국제사회가 반복적으로 경계해온 태도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의 메이지 산업 유산과 사도 금광 등재 과정에서 지속해서 ‘완전한 역사 서술’을 권고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이번 보고서는 또다시 절차적 요건만 충족한 채 실질적 성찰을 회피하는 방식, 다시 말해 ‘해석의 꼼수’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초래하는 위험은 전혀 가볍지 않다. 첫째, 세계유산 제도의 신뢰를 훼손한다.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뿐 아니라, 그 가치를 어떻게 정직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는가에 의해 유지된다.
둘째, 피해자의 기억을 또 한 번 지우는 결과를 낳는다. 침묵과 축소는 중립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선택이다. 셋째, 다른 국가들에 “형식적 보고로도 충분하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세계유산은 과거의 영광만을 기념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직면하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태도를 남길 것인가에 대한 국제적 약속이다. 일본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최소한의 표현과 형식적인 눈가림용으로 국제사회의 눈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강제노역의 역사적 맥락을 온전히 설명하고, 피해자들의 경험을 유산 해석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세계유산 국가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이다.
국제적으로 유네스코와 자문기구 역시 형식적인 요건 심사에 머물지 말고 국제기구로서 책임감 있는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한다.
사도 금광을 둘러싼 유산 해석 문제는 한·일 갈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 규범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단순히 ‘언급했다’는 형식적 기준을 넘어, 해석의 질과 진정성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객관적인 유산 해석을 세계유산 운영지침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성적이고 포용적인 해석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유산을 둘러싼 갈등 해소와 평화를 위해 이미 국제사회가 합의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최재헌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건국대 교수 |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