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21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계약시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 비중은 최근 3년래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후보 물질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임상 초기 단계까지 투자 범위를 넓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기술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4일 최근 3년간 국내 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계약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술수출 선급금 총액은 3563억 원으로 전체 계약금 대비 1.7%에 그쳤다. 2024년 4.5%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5.8%를 기록했던 2023년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욱 크다.
선급금은 통상적으로 기술력과 협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업계에서는 선급금 감소 현상을 기술력 저하보다는 거래 구조 변화의 결과로 해석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리스크가 큰 초기 임상 단계 물질까지 투자를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선급금 비중이 낮은 계약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코로나19로 자금시장이 위축됐던 시기에는 후기 임상 단계의 기술 도입이 많았다”며 “최근 유동성이 개선되면서 초기 임상 단계 자산까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단계일수록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선급금 비중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체 계약 규모가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올해는 계약 규모 자체가 커졌지만 선급금이 이에 비례해 늘지 않으면서 총액 대비 선급금 비중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선급금 비율만으로 계약의 질을 단정하기보다는 대형 거래가 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바이오벤처들이 조기 기술수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상 단계를 더 끌어올려 높은 선급금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연구개발 자금 부담으로 협상력이 낮은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바이오 기업들은 당장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건을 세밀하게 따지기보다 빠른 계약 체결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mindmin@sedaily.com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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