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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최대 흑해 항구도시인 오데사에서 지난 12월17일 러시아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정전 사태가 지속돼 버스가 어둠 속에서 운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최대 흑해 항구도시인 오데사에서 지난 12월17일 러시아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정전 사태가 지속돼 버스가 어둠 속에서 운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슬라보이 지제크 |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경희대 ES 교수



2025년 12월 중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오데사로 통하는 회랑을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핵심 항구다. 언론이 다루지 않고 있는 이 중대한 발표에서 “개방”은 정확히 그 반대를 의미한다. 오데사 회랑을 연다는 것의 실제 의미는 오데사를 드나드는 선박은 모두 러시아가 통제하는 회랑을 통과해야 하며, 러시아는 이를 차단하거나 나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랑은 국제 해역을 통과하므로, 이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순수한 권력 행사다.



이런 식의 통제는 러시아가 처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미 베네수엘라로 드나드는 유조선을 봉쇄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가자지구 해역을 봉쇄하고, 접근하는 구호선단을 공해상에서 나포한다. 이스라엘이 굶주린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전달한다며 가자지구로 통하는 회랑을 열었을 때조차, 그 방식은 인도적 상황을 악화시켰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용어는 언제나 인도적 지원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놀랍게도 야니스 바루파키스를 비롯한 일부 서구 좌파 지식인은 오데사 회랑을 서구 제국주의적 물류 지배에 대한 러시아의 창의적 반격으로 높이 평가한다. 서구는 그동안 관세와 배제, 군사 개입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면서도 이를 “개방”이라고 포장해왔는데, 러시아가 ‘중립적 시장과 운송 인프라’라는 허구를 폭로하고, 제3세계 국가들이 러시아, 중국, 인도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을 열었다는 것이다.



좌파로서 나는 이 관점을 거부한다. 오데사 회랑은 시장을 여는 것이 아니라,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최대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을 막는 군사 개입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피해를 입히고, 제3세계의 식량 수입 비용을 상승시킨다. 서구 지배 인프라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의 행위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반제국주의 수사는 경계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도 반제국주의 수사를 사용했었다.



러시아에 대한 잘못된 평가는 계속 이어진다. 유럽연합(EU)이 벨기에 브뤼셀에 묶여 있는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자, 러시아는 서방 자산 압류를 선언하고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루블화 또는 위안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했다. 앞에서의 좌파 지식인들은 이를 제국주의 금융 인프라에 러시아가 강력한 타격을 가했다고 해석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세계 금융 시스템을 불안정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결국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하는 데 실패하고 우크라이나에 900억유로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좌파들은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과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지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라는 한 국가가 소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좌파들이 중립을 내세우지만 실은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유럽의 결정이 미국과 독립적으로 행동하려는 의지를 갖고 우크라이나의 붕괴를 막기 위해 노력한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축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권력 블록들은 이념적 토대가 없는 신파시즘의 변종들이다. 유럽은 여기에서 예외가 되어 해방적 계몽에 충실한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 슬프지만 피할 수 없는 결론은 유럽이 결점투성이이지만 여전히 해방을 지향하는 유럽과 새로운 파시즘 질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서구 제국주의와 공산주의가 손을 잡고 파시즘을 무너뜨린 것처럼, 다가오는 3차 세계대전에서는 옛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 좌파와 신파시스트들이 연대하는 역설적 동맹이 이루어질 것인가?



번역 김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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