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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화롯불이 그립다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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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丙午年! 한자에 얽힌 뜻풀이를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한다.

어떤 이는 한낮의 태양처럼 세상을 밝히는 불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가장 뜨거운 태양의 기운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새해에 거는 기대감의 표현이리라.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왠지 활기차게 한해를 열어가야 할 것 같아 마음을 곧추세운다.

식전 댓바람부터 카톡, 카톡 휴대전화기를 타고 말이 힘차게 뛰어 들어온다.


붉은 말의 기운을 받으라는 게다.

역동적 에너지가 전달되는 느낌이다.

불의 기운이다.


불은 인류 문명을 탄생시킨 어머니다.

원시 시대 동물과 다름없이 수렵 생활을 하던 인류가 불의 발견으로 인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음식을 익혀 먹고, 보관할 수 있는 그릇을 굽고, 구들을 놓아 생활하면서부터 문명은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지식의 산실이 되어 달나라, 온 우주를 넘나들며 최첨단 과학을 이끌고 있다.

미명의 세계에서 어둠을 밝히는 불은 이제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불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가 됐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 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의 신성성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어렸을 때는 겨울이면 방마다 화롯불이 있었다.

아궁이의 숯불덩이를 재와 같이 화로에 담아 방에 들였다.

방안에 훈기가 돌도록 난로 역할을 할 때는 숯불을 재로 꼭꼭 눌러 덮어 불씨를 보관하다가 끼니때면 재를 헤집고 불을 꺼냈다.

그 위에 삼발이를 올려놓고 된장, 청국장을 끓이곤 했다.

투가리 가득 바글바글 찌개가 끓어오르면 온 가족이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로 살가웠다.

그뿐인가.

화롯불에 군고구마 서너 개 묻어 놓은 채, 아랫목 이불 속에 발을 뻗고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솔솔 구수한 단내가 방 안 가득 퍼진다.

다 익었다는 기별이다.

겨울방학 간식으로 이만한 게 없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 되면 윗목에 있는 고구마 통가리는 어느새 바닥을 보였다.

깊어 가는 겨울, 어릴 적 화롯불은 옹기종기 우리들의 이야기가 피어오르는 은근하고 정겨운 난로였다.

촛불 하나로 온 방 안을 환하게 밝히기도 했고, 촛불과 촛불이 밖으로 걸어 나와 모이면 불의한 세상, 부정에 맞서 평정을 찾기도 했다.

불은 부정과 사악을 사르는 정화의 상징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에 달집태우기 의식을 행하고 있다.

한 해의 모든 액운을 태워 없앤다는 의미다.

그러나 불은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와 전쟁을 상징하는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2026년을 불의 기운을 띤, 말의 역동성을 들어 강한 추진력과 열정의 해로 보는가 하면, 과거 병오년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을 들어 지나친 불의 기운이 화를 불러올 것을 염려하는 이도 있다.

2026년은 우리나라의 지방선거를 치르는 아주 중요한 해이다.

6월 3일 선거를 앞두고 도지사, 시장, 군수를 비롯하여 광역시·도의원, 군의원 등 정치 좀 해 보겠다는 이들이 난립이다.

어떠한 마음으로 나선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그 인물에 적합한지, 나보다 공익이 우선하는지 가슴에 손 얹고 생각한 뒤에 행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권자 역시 냉엄하게 심사숙고해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잘못 선택한 내 한 표가 나라에, 지역에 얼마나 큰 손해를 끼쳤는지 어디 한두 번 겪어 왔는가.

잘못된 정치는 오롯이 정치인과 유권자의 공동책임이다.

완숙된 주인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정치 현실을 보면서 화롯불에 고구마 구워 먹던 정서를 그려본다.

순연한 인간 본성이 그리운 거다.

김윤희 수필가 병오년,촛불,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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