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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 작가가 묻고 있다 ‘그림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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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 전시된 정현두의 ‘뒤집힌 세계-구름그림자,240908-1008’(2024). 성곡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 전시된 정현두의 ‘뒤집힌 세계-구름그림자,240908-1008’(2024). 성곡미술관 제공



어떤 그림은 전시장의 벽면이 아니라 바퀴가 달려 움직이는 캔버스에 걸렸다. 어떤 그림은 인공지능(AI) 기술이 가미됐고, 또 다른 어떤 그림은 사진을 닮았지만 사진과는 다른, 위화감 비슷한 느낌을 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성곡미술관 2025 오픈콜’은 30·40대 회화 작가 3명이 각자 개인전을 열고 ‘그림이 무엇인가’에 관해 묻는 자리다. 성곡미술관은 한국의 젊은 예술가를 발굴·지원하고자 2022년부터 ‘오픈콜’ 전시를 기획 및 개최해 왔다.

정현두(39)는 개인전 ‘shuffle’ 전시장 한가운데에 작업실에 볼법한 움직이는 캔버스를 두었다. 아래에 바퀴가 달린 캔버스는 보는 이가 끌고 당기며 이동할 수 있게 손잡이도 달려 있다. 정현두는 지난달 16일 기자들과 만나 “공간적인 한계도 있고, 다 그려둔 그림이 작업실 안에서 위치를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다 보면 그림들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현두는 “내가 무언가를 ‘정확하게 그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장막 너머의 것처럼 느껴졌고, 실체를 붙잡을 수 없는 것 같았다”며 “이번 전시는 그림을 그린 뒤에,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일어난 일을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느낌’에 방점이 찍힌 듯한 그의 그림들은 뚜렷한 형체를 보이지 않고,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처럼 잔상으로 남아 있다. 그만큼 보는 이의 해석과 상상이 들어갈 여지가 크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 전시된 강동호의 ‘Room’(2024). 성곡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 전시된 강동호의 ‘Room’(2024). 성곡미술관 제공


강동호(32)는 사진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렇다고 사진처럼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과는 또 다르다. 강동호는 “사물을 과장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흐릿한 존재감을 어떻게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 담은 사물보다, 사진 그 자체의 표현에 집중한 결과 원근법이 어색해 보이는 등 사진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사진은 대체로 일상에서 보이는 사물을 찍은 것인데도 보는 이에게는 묘한 위화감이 생긴다.

그의 전시 ‘세 번째 의미’는 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서 안방에 들어가 집 주변을 살피는 동선을 만들기 위해 가벽을 세워 구성했다. 전시장 벽에 공백도 적지 않다. 강동호는 “골목길을 걷다 갑자기 나타난 무언가를 마주치는 경험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림의 소재가 된 사진, 그 사진과 괴리를 보이는 그림 사이에서 보는 이가 상상하는 공간이 생긴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 전시된 양미란의 ‘쾌활한 빛’(2025). 성곡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 전시된 양미란의 ‘쾌활한 빛’(2025). 성곡미술관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주로 작업했던 작가 양미란(42)은 빛과 어둠을 소재로 삼았다. 그는 작품의 주제보다는 ‘회화의 물질성’을 탐구해온 작가다. 전시 ‘쾌활한 빛, 사색하는 빛’은 그가 한국에서 연 첫 개인전으로, AI가 조합된 영상 등이 어두운 전시 공간 안에서 선보인다.

양미란은 “회화의 물질성에 집중하다 보니 해나 달 같은 이미지는 사라지고 추상적인 제스처나 터치가 화면에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상적인 표현만으로도 수평선 위에 떠 오르는 해와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는 달이 눈에 보인다. AI 기술이 접목된 영상 작업은 그림으로만 구현하기 어려운 빛의 흔들림이나 움직임까지 표현해냈다.

한국 젊은 작가들의 전시와 함께 성곡미술관에서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 장-마리 해슬리(1939~2024)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해슬리는 어린 시절 탄광에서 일하며 병마와 싸우다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알게 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표현주의에서 출발해 인간의 신체와 기하학 그림에 이르는 해슬리의 회화 여정이 망라됐다. 최근까지 예술혼을 불태우다 작고한 작가가 그림에 대해 고민한 세 작가에게 남기려는 듯한 말이 전시 제목이 됐다. ‘그린다는 건 말야.’


전시는 모두 오는 18일까지.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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