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디지털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한때 황금알 낳았는데...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속앓이

디지털투데이
원문보기
[이호정 기자]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한때 국내 게임업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확률형 아이템이 이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독'으로 전락했다. 정부와 국회가 이른바 '금융치료'로 불리는 고강도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난 십수 년간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해 온 국내 게임사들의 수익모델(BM)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걸리면 최대 10억"…솜방망이 처벌 대신 '매출 3%' 철퇴

4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사들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것은 규제 패러다임이 '계도'에서 실질적인 '징벌'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확률 정보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알리지 않을 경우 게임사 매출액의 3% 또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은 위반 시 시정명령을 우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확률 조작으로 얻는 막대한 수익에 비해 처벌이 턱없이 가벼워 법을 준수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최근 일부 게임사가 확률 정보 위반으로 적발됐음에도 수백만원대 과태료 처분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현행 규제의 복잡성을 지적하며, 위반 행위의 근본 원인인 '수익'을 직접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률 조작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즉각 환수하는 이른바 '금융 치료'를 통해 불법 행위의 유인 자체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이는 단순 실수라 하더라도 매출의 3%에 달하는 재무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

◆'리니지' 방식 버린다…'확정형 상품·콘솔'로 체질 개선


규제의 칼날이 날카로워지자 게임업계는 BM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확률형 아이템' 비중 축소와 '비확률형 상품' 확대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아이온2'의 BM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전면 배제하고,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멤버십과 배틀패스 등 확정형 상품을 도입하기로 했다. 과거 '리니지 라이크'로 대변되던 확률형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다.

주요 게임사들이 PC·콘솔 패키지 게임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등은 확률형 아이템 없이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확률형 아이템을 기만적 행위로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구글·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들도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추세다. 게임사들이 일정 기간 과제를 수행하면 보상을 주는 '배틀패스'나 월정액 상품을 늘리는 것은 규제 리스크를 피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다.


◆"법무 대응 힘든데"…중소 게임사·퍼블리셔의 현실적 공포

업계는 규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이중 규제' 논란이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기만 행위를 제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산업법 개정안까지 더해지면 과도한 중복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법무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 퍼블리싱 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와 달리 단일 타이틀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중소 게임사의 경우 한 번의 제재로 매출의 3%가 징수당할 경우 회사의 존폐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사가 아닌 퍼블리셔가 개발사의 코드 오류나 업데이트 누락을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는 계약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과도한 규제가 자칫 산업 허리를 끊을 수 있다"며 "영업이익률이 3%가 안 나오는 영세 업체도 많은데 매출액 기준 과징금은 사실상 사망 선고와 다를 바 없는 가혹한 처분"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과징금 기준인 '매출액'이 해당 게임의 매출인지 법인 전체 매출인지 모호하고, 국내 법인이 없는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업계에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체질 개선의 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반영된 결과"라며 "게임사들 역시 기존 방식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수익 모델 안착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김성회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이용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결국 '포스트 확률형 아이템' 시대의 K-게임 경쟁력은 규제를 피해 가는 속도가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BM 설계 능력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저작권자 Copyright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안성기 장남 생일
    안성기 장남 생일
  2. 2김병기 윤리심판원 출석
    김병기 윤리심판원 출석
  3. 3이란 시위 스타링크
    이란 시위 스타링크
  4. 4김경 공천헌금 의혹
    김경 공천헌금 의혹
  5. 5평양 무인기 의혹
    평양 무인기 의혹

디지털투데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