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새벽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군의 베네수엘라 공격 및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도와 결단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그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체포돼 베네수엘라 밖으로 날아갔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서 미국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을 잇달아 격침했고, 육상을 통한 마약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지상공격에 나설 것임을 누차 밝혀왔다. 핵추진 항모 전단을 카리브해에 배치하기도 했다.
또 최근 베네수엘라 근해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대형 유조선을 나포했으며, 지난달 16일에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외국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대상 유조선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12월말에는 베네수엘라 항만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가했다.
유조선 나포나 항만시설 공격 때만해도 '고강도 압박'의 일환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았다. 전면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에 나서기보다는 서서히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고사작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그런 만큼 새해 벽두에 미국이 실제 군사작전에 나선 것은 물론 마두로를 전격 체포한 것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전격적 폭격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권력을 내려놓고 해외로 떠날 것을 종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실질적 조치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공격은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강대국과의 세력권 구획 속에 유럽을 포함한 타지역보다는 미국이 위치한 아메리카 대륙(서반구)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서반구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더욱 확고히 한다는 전략, 즉 돈로주의에 입각한 행보로 보는 이들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5일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대규모 이민의 시대는 끝났다"며 "테러, 마약, 인신매매와 같은 국경을 넘는 위협으로부터도 국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NSS는 그러면서 "서반구가 미국으로의 대규모 이민을 방지하고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잘 통치되게 하려 한다"며 미국의 국경안보와 직결되는 아메리카 대륙에 초점을 둔 서반구 중시 기조를 천명했다.
특히 "미국은 서반구에서의 우위를 회복하고 우리 국토와 해당지역 전역의 핵심적인 지리적 접근권을 보호하기 위한 먼로주의를 재확인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서반구 경쟁국들이 서반구에 군대나 기타 위협적 역량을 배치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을 소유·통제하는 것 차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중국의 아메리카 대륙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했다.
이와 같은 NSS 내용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 이후 서반구에서 벌여온 많은 행보가 설명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브라질과 온두라스에 대한 노골적 내정 개입, 그린란드와 캐나다 합병 의지 피력, 파나마 운하 운영권 회수 의지 피력 등이 서반구 장악 시도라는 것이다.
결국 쿠바와 더불어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 좌파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타격한 것은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돈로주의 구현을 위해 아메리카 대륙의 정치 지형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3일 베네수엘라 군사기지 푸에르테 티우나 인근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2023년 아르헨티나가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을 시작으로 파나마(호세 라울 물리노), 에콰도르(다니엘 노보아), 볼리비아(로드리고 파스)에 이어 최근 강경 보수 성향의 공화당 소속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한 칠레까지 중남미에 부는 이른바 '블루 타이드'(보수파 집권 흐름)를 강화하고, 좌파 정권들은 압박하려는 행보 속에 이번 공격이 이뤄졌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국정의 핵심 의제인 반이민 정책 기조와 떼 놓고 말할 수 없어 보인다. 2024년 대선 과정에서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불법이민자 문제를 득표전략으로 적극 활용했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은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불법이민자와 마약을 단절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이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그(마두로)는 지금 결국 그의 범죄에 대해 처벌받을 것(face justice)"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마두로를 미국 법정에 세울 가능성도 주목된다. 그는 "베네수엘라에 새 아침이 밝았다. 독재자는 사라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집권 2년차를 맞아 성범죄자 엡스타인 파일 공개, 경제정책과 국정 전반에 대한 저조한 지지율 등으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형태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는 분석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공격은 트럼프 집권 2기 국정운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취임사를 통해 대외 군사개입에 대한 자제 기조를 분명히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의 성공을 우리가 승리한 전투뿐 아니라 우리가 끝낸 전쟁,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의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지 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타국의 지도자를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한 것은 국내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불법이민자와 마약의 대미 유입 문제에 최고 강도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결속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사태 전개 방향에 따라, 조지 W. 부시 정권때의 이라크전쟁 등을 '재앙'으로 여기는 핵심 지지층 내부의 균열을 자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사태가 '단발적 군사행동'으로 끝날 것인지, 미군의 장기적 군사개입을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전개될지 여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을 미측이 체포한 만큼 미군의 추가적인 대베네수엘라 군사작전 가능성은 현재로선 불투명해 보인다. 하지만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대한 모종의 보복에 나서거나, 베네수엘라 정국이 평온을 찾지 못하고 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경우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로 불리는 트럼프 핵심 지지층 내부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와 마두로 |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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