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이틀째인 2017년 12월 14일 아침 중국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들 사이에서 김정숙 여사, 노영민 주중대사와 식사하고 있다. 당시 중국이 홀대하는 가운데, 중국 국가 지도부와 문 대통령의 식사가 총 10회중 한 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혼밥'논란이 거세게 일었다./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이후 9년 만입니다. 이 대통령은 4~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을 갖습니다. 6~7일엔 중국 상하이를 찾을 예정입니다.
새해 벽두 이례적 중국 방문
새해 벽두의 이 대통령 방중은 여러 관측 속에서 진행됩니다. 성남시장, 경기지사 때부터 북한 관련 조직을 신설하며 남북 대화에 큰 관심을 보인 이 대통령은 중국을 통해 북한의 ‘닫힌 문’을 열기 위해 조기 방중을 강하게 희망했다고 합니다. 이달 중순 일본 방문을 앞두고 중국을 먼저 찾음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을 그대로 수용한 데 대한 지지층의 불만을 다독이려 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중국 역시 미국과는 무역 문제로, 일본과는 대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을 자국 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새해 벽두 방중 요청을 전격 수용했다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한중 관계는 물론 고차원적으로 얽혀가는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일본 언론은 이 대통령의 방중 발표를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 당시 중국이 보였던 ‘홀대’가 되풀이되지 않을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은 차관보급이 공항 영접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12월 13일부터 3박 4일간 베이징과 충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문은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중 가장 홀대받고, 논란이 많았던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2017년 12월 1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국빈으로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치며 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가려 보이지 않는다. 중국측은 문 대통령이 먼저 왕이 부장과 악수를 하며 왕 부장 팔을 두드려서 왕 부장도 우호적인 표시로 같은 동작을 취했기에 결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TV 조선 캡처 |
14일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뒤 공동 발표는 없었습니다. 국빈 방문에서 정상 회담 다음으로 중시되는 만찬 행사에서도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한국 기자들은 만찬장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빈 만찬 행사는 만 하루 가까이 공개되지 않다가, 우리 측에서 뒤늦게 참석자가 찍은 비공식 촬영 사진을 한국 언론에 제공했습니다.
중국 측 정상회담 발표문에는 국빈 만찬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고, 중국 관영 매체에서도 관련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총 10회 식사를 했는데, 중국 국가 지도부와 한 식사는 1끼에 불과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첫 방중 때 시 주석과 만찬 1회, 오찬 1회를 했으며 리커창 총리와도 별도 만찬 기회를 가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16일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오찬을 한 후 귀국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14일 아침 중국 식당에서 중국인들 사이에 앉아 식사한 장면이 부각되면서 ‘혼밥’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정상회담장에서는 왕이 외교부장이 ‘국빈’인 문 대통령과 악수한 뒤 팔을 툭툭 치는 장면이 포착돼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었습니다. 장관급 인사가 국빈 정상에게 보인 태도로는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방중 기간, 중국 경호 인력에 의해 한국 기자들이 폭행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지만, 중국 측의 공식 사과나 책임 있는 조치는 없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베이징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결례를 2017년 12월 16일자 1면 톱 기사로 비판했다. |
“도대체 국빈 방문 같지 않았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누적된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태도가 얼마나 고압적이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중국 주재 기업인들의 증언도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합니다. 중국에 오래 주재한 기업인 A씨는 12월 13일 영빈관 격인 조어대(釣魚臺)에서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했습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조어대 방문은 이전의 정상급 국빈 방문과는 달랐습니다. 통상 국빈이 오면 조어대 전체를 셧다운해 전면 통제하는데, 당시에는 문 대통령 방문과 무관한 중국인들이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고 합니다.
A씨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문 때 전면 셧다운이 이뤄졌던 경험을 떠올리며 “왜 이번에는 다르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현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했고, 중국 측의 태도에서도 미묘한 거리 두기가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말 보다 행동으로 메시지...경계감 느꼈다”
A씨는 사드 갈등 이후 냉각된 한중 관계를 근본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당시 검문·검색과 통제가 유난히 까다로웠다고 기억하는데, 이게 한국에 대한 경계 메시지로 느껴졌다는 겁니다. 중국은 말보다 행동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나라인데, 문 대통령에게 최고 예우를 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불만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겁니다. A씨는 “노골적인 무시는 아니었지만, 국빈 예우의 진정성이 빠져 있었다. 그 미묘한 차이를 현장에서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은 친교를 다지는 가장 중요한 의식인데, 문 대통령이 중국 국가 지도부와 한 끼밖에 식사를 하지 않아 ‘혼밥’ 논란이 발생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시간을 내 중국인들 사이에서 별도로 식사하며 문화를 배웠다는 식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국을 아는 사람들에겐 변명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A씨는 당시 노영민 주중 대사의 역할이 아쉬웠다고 했습니다. 중국 지도부와의 면담·식사, 행사의 격, 경호 수준 등은 대통령 국빈 방문 행사 당일이 아니라 사전 조율 단계에서 결정되는데, 노 대사가 중국의 핵심 인사들과 충분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중국 측의 냉랭한 공기 속에 여러 사건 터져”
A씨와 같은 현장에 있었던 기업인 B씨도 비슷한 평가를 합니다. B씨는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 중국 측의 ‘냉랭한 공기’를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는 논란이 됐던 문 대통령 혼밥, 한국 기자 폭행 사건 등을 개별 사건이나 실무자들의 실수로 보지 않았습니다. B씨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가 배치한 사드에 대해 중국이 기대할 만한 ‘가시적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변화가 체감되지 않았기에 누적된 불신과 불만이 문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는 겁니다.
B씨는 당시 중국의 홀대를 노영민 대사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는 것에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노 대사가 더 뛰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는 “사드 이후 한국의 정책, 중국의 인식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방중이 서둘러 이뤄졌고, 냉랭한 기류가 현장을 지배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때와 비교하며 관찰해야
그렇다면 이번엔 어떨까요?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한국 내의 악화된 반중 정서를 알기에 중국이 상당히 계산된 배려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단 나옵니다. 중국은 문 대통령 방중 당시 벌어진 논란과 한국의 ‘분노’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2일 브리핑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과의 만찬은 물론 리창 총리와의 오찬도 예정돼 있습니다.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만납니다. 일각에서는 애초 이 대통령의 2박 3일 일정이 3박 4일로 늘어난 것도 중국의 ‘배려’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이 9년 전 문 대통령 방중 때보다는 신경을 쓰는 분위기인데, 실제 국빈 방문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방중 때와 얼마나 다른지가 서해 구조물, 무역, 북핵 등 핵심 현안 논의 못지 않은 관찰 포인트입니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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