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2일 “해외 투자은행(IB)들이 1400원 초반 환율을 전망하는데, 국내 유튜버들만 원화가 곧 휴지 조각이 된다고 한다”며 원화 약세 전망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가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른바 ‘K자형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환율 적정 수준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괴리가 큰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환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한미 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화 움직임보다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이어진 원화 약세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도 영향을 준 만큼 구조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헤지를 더 많이 해야 하고 해외 투자를 줄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국민연금도 최근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라는데, 외환시장 영향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일정 수준 나오더라도, 체감 경기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1.8%로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친다”고 밝혔다. 양극화 양상 회복을 가리키는 ‘K자형 회복’은 지속 가능한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연간 대미 투자 200억 달러 집행에 대해서는 “절대로 기계적으로 안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가 한은을 떠난 뒤라도 금융통화위원들이 안 해줄 것이다. 한은이 금고지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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