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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반한 ‘K두피 관리’… “한국 시장, 아·태 지역서 가장 빨리 성장”

조선일보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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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헤드 스파·스케일링까지
외국 관광객 방문 코스로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의 한 두피·탈모 관리 전문점에서 레게 머리를 한 미국 여성이 두피 관리를 받고 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의 한 두피·탈모 관리 전문점에서 레게 머리를 한 미국 여성이 두피 관리를 받고 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쯤 서울 명동에 있는 한 두피·탈모 관리 전문점. 레게 머리를 허리까지 땋은 한 40대 미국 여성이 상담실에서 두피 상태 진단을 받고 있었다. 헤어라인이 휑하게 비어 보이는 게 고민이었다. 뉴욕 출신으로 한국 여행 중이라는 그는 “한국의 두피 관리(Scalp Care)가 가격도 합리적이고 유명하다기에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두피 관리 서비스는 1회에 300~500달러(약 43만~72만원) 정도로 10만원 안팎인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고 한다. 이 업체에는 하루 평균 10명 안팎의 외국인 손님이 온다. 한 직원은 “관광객이 많은 명동이라는 입지 영향도 있겠지만 요즘 부쩍 외국인 손님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체감상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장면은 이곳만의 풍경이 아니다. 가성비와 체계적인 관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의 두피·탈모 케어가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코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처럼 ‘K두피·탈모 케어’가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빠른 성장과 서비스 고도화가 있다. 단순한 미용 관리에서 벗어나 두피 건강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전문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약 5조4700억원 수준이던 우리나라 모발 및 두피 관리 시장은 2030년 약 8조87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그 흐름에 맞춰 K뷰티의 영역도 피부·체형을 넘어 두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명동에 있는 두피·탈모 관리 전문점에서 두피 관리를 받고 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30일 한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명동에 있는 두피·탈모 관리 전문점에서 두피 관리를 받고 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인다

“가족의 두피와 몸을 챙겨준 한국 원장님께 감사합니다. 9살부터 48세까지 네 식구가 방문했는데 서울에 다시 오면 또 올 예정입니다.”

최근 한 외국인 대상 국내 투어 예약 플랫폼에 미국인이 올린 후기다. 그가 방문했다는 업체는 다름 아닌 두피 관리 전문점. 그는 “내가 탈모 관리를 받는 동안 가족은 헤드 스파(Head Spa)를 받았다”며 “모두 만족했다”고 썼다. 호주에서 왔다는 또 다른 여성은 “지금까지 해 본 것 중 가장 편안하고, 활력을 되찾는 경험”이라고 했고, 한 대만인은 “꼭 한 번 경험해 볼 만한 곳”이라고 했다.

K두피·탈모 관리 서비스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수치로 확인된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K두피 케어 거래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9% 증가했다. 국적을 보면, 미국·캐나다·호주 등 영미권 고객이 전체 예약의 58%,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권이 19%를 차지했다. 한 두피·탈모 관리 전문점 관계자는 “유럽권에서는 석회 성분이 많은 수돗물 때문인지 두피 건조나 트러블 문제로 찾는 고객이 많은 반면 북미권은 눈에 띄는 문제가 없어도 헤드 스파나 두피 스케일링(치석 제거처럼 묵은 각질을 제거하는 것)을 위해 오기도 한다”고 했다.


외국인이 고객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한다는 홍대의 한 두피·탈모 관리 전문점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이 늘면서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만 고용하고 있다”며 “모든 직원이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정밀한 두피 진단 시스템은 K두피·탈모 관리의 강점으로 꼽힌다. 25년째 이 업계에 몸담아 온 명동의 G업체 박수현 원장은 “외국인 고객들은 장비를 통해 두피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특히 놀란다”고 했다. 이날 이 업체를 찾은 한 고객은 확대경을 통해 모낭에 붙은 각질과 노폐물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을 처음 확인했다. 죽은 세포층과 오일 등이 엉겨 붙은 것이다. 박 원장은 “삼겹살을 담았던 그릇에 기름이 굳어 있는 것처럼 먼지와 기름이 엉겨 모낭을 막고 있는 것”이라며 “이걸 제거하고 모낭의 구멍을 열어 주는 과정이 두피 스케일링”이라고 했다. 염증이 덜 생기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박 원장은 “관리를 받고 먼지나 각질이 사라진 모습을 보면서 ‘원더풀’을 연발하기도 한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진단·관리가 가능한 곳이 있지만 가격대가 높게는 국내의 10배에 달해 부담이 큰 데다 한국처럼 흔하지도 않다고 한다.

◇건강과 아름다움은 두피로 통한다

업계는 K두피·탈모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이 증가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스키니피케이션(피부에 하던 관리 방식을 다른 부위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트렌드)’ 유행에 주목하고 있다. 틱톡에 전 세계적으로 ‘두피 관리(#scalpcare)’ 키워드로 올라온 게시물만 29만8000여 건이다. 대부분 헤드 스파를 받거나 직접 두피 마사지를 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특히 최근에는 두피 관리가 모발 건강을 넘어 얼굴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두피 건강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인터넷에는 “두피가 건강해야 혈액 순환이 잘된다” “두피 마사지를 하면 얼굴 처짐 예방(리프팅)과 주름 감소 효과가 있다”는 말이 확산하고 있다. 배우 이시영은 작년 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두피가 뭉치고 처지면 얼굴을 아무리 당겨도 소용이 없다”며 두피를 마사지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근거가 없지 않다고 말한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얼굴과 두피는 마치 머리 전체를 감싸는 수영 모자처럼 연결돼 있다”며 “두피의 탄력이 떨어져 늘어지면 이마와 눈가 등 얼굴 부위가 중력의 영향으로 도미노처럼 함께 아래로 밀려 내려올 수 있다”고 했다. 장미라 대한미용교수협의회 고문(목포과학대 뷰티미용과 학과장)도 “피부의 모든 근막은 하나로 돼 있기 때문에 두피 관리를 잘하면 실제 얼굴 주름 예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의 1위, 탈모 예방·치료

‘K두피·탈모 관리’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탈모를 둘러싼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과 기술,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국내에서 두피 관리 목적 가운데 부동의 1위는 단연 탈모 예방과 치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20년 23만4780명에서 2024년 24만1217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탈모 치료를 받은 20대는 3만9079명, 30대는 5만1619명으로, 20~30대가 전체의 37.6%를 차지했다. 탈모 문제로 고민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흡연, 수면 부족,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부족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범준 교수는 “탈모는 유전뿐 아니라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며 “젊은 층에서 탈모가 늘어나는 배경도 이런 요인들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모발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가 아니기 때문에 영양 공급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모발로 가는 영양분부터 차단한다”고 했다.

탈모 관리 수요의 확대에는 탈모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BBC 등 외신은 작년 12월 이재명 대통령의 “탈모는 생존 문제” 취지의 발언과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하며 “미에 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악명 높은 한국에서 대머리는 젊은이에게 특히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사회적 낙인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탈모 증상이 없어 병원을 찾지는 않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두피·탈모 관리 전문점을 찾는 젊은 층이 적지 않다. 직장인 유모(32)씨는 탈모 증상이 없는데도 고가의 기능성 두피 샴푸를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주기적으로 전문 업체에서 두피 스케일링을 받고 있다.

탈모 관리에 대한 높은 관심은 관련 제품과 기술 개발로도 이어졌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2002~2023년) 주요국에 출원된 탈모 화장품 특허 가운데 42.9%가 우리나라에서 나와 국가별 비율 1위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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