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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 버핏의 마지막 숙제 [횡설수설/김창덕]

동아일보 김창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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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는 워런 버핏의 도시다. 그의 고향이자 68년째 거주 중인 2층 단독주택이 있는 곳이다. 버크셔해서웨이(버크셔) 소재지도 물론 오마하다. 인구 50만 명의 이 중소 도시는 외부 인파 수만 명이 버크셔 주주총회를 찾는 5월만 빼면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다. 버핏은 복잡하지 않은 오마하의 환경이 투자 전략을 구상하고 중요한 판단을 내리기에 적합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작년 11월 버핏의 마지막 연례 주주서한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대목은 오마하의 인연들이다. 그의 평생 동반자 찰리 멍거가 맨 먼저 등장한다. 여섯 살 차이인 둘은 10대 때 버핏의 할아버지 식료품점에서 일한 시기가 아슬아슬하게 엇갈렸다. 버핏은 20대 후반에 만난 멍거를 “더없이 훌륭한 스승이자 보호자 같은 형”이라고 했다. 1980년대 적자 신문사를 가장 쏠쏠한 수익원으로 바꾼 스탠 립시, 1999년 미드아메리칸에너지 인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월터 스콧 주니어도 평생 동료였다. 젊은 시절 버핏의 맞은편에 살며 가족끼리도 친했던 커피 영업사원 돈 키오는 훗날 코카콜라의 사장을 지낸 뒤 버크셔에 합류했다.

▷오마하 사람들과 오랜 인연을 이어간 삶과 경영 방식은 ‘가치’, ‘장기’ 두 단어로 요약되는 그의 투자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이다”(1988년), “주식시장은 성급한 사람에게서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돈을 옮기는 장치다”(1986년) 등은 사람을 쓰고 키우는 데도 그대로 적용됐다. 오마하의 인연 중 마지막 즈음 나오는 인물이 1일 버크셔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그레그 에이블이다. 캐나다 출신인 에이블도 1990년대 몇 년간 버핏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살았다고 한다. 버핏은 “오마하의 물에 무슨 특별한 성분이라도 있는 걸까”라며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해 아흔여섯이 된 버핏은 작년 5월 주총에서 예고한 대로 CEO 직을 내려놨다. 쓰러져가던 직물회사 버크셔는 1965년 버핏이 인수한 뒤 60년 만에 연 매출 4000억 달러(약 580조 원)의 투자회사가 됐다. 이 기간 주식 가치는 610만 %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동일 기간 배당금 포함 S&P500 지수 수익률의 130배가 넘는다. 버핏 개인 재산은 1510억 달러로 세계 10위다.

▷버핏이 CEO에서 물러나기로 한 건 “재산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빨리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사망한 첫째 부인과 세 자녀 이름으로 된 재단에 지속적으로 재산을 기부하고 있는데, 자녀들의 나이가 벌써 68세, 72세, 73세가 돼 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멍거, 립시, 스콧, 키오 등 평생의 친구들과 하나둘씩 이별하고 있는 ‘오마하의 현인’은 이제 그의 마지막 남은 과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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