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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품질에 타협 없어야…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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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스&자이츠 베를린의 저작권 및 해외 판권 담당 마렌 멘첼씨가 한국어로 번역된 책들을 보여주고 있다.

마테스&자이츠 베를린의 저작권 및 해외 판권 담당 마렌 멘첼씨가 한국어로 번역된 책들을 보여주고 있다.


마테스&자이츠 베를린의 저작권 및 판권 담당 마렌 멘첼씨가 한병철 교수의 신간을 보여주었다. ‘신에 관하여’였다. 곧 한국에서도 출간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2025년 12월 김영사에서 전대호의 번역으로 출간) “한 교수의 신간은 시몬 베유와 한 교수의 대화를 다룬 것인데, 김영사에서 곧 번역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테스&자이츠 베를린은 한 교수의 책을 비롯한 여러 교양, 학술서를 포함한 비문학과 문학 작품을 출간하고 있다. 이 출판사는 독일 지성 출판의 대표 기업으로 직원은 13명. 독립출판사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있는 편이다. 철학을 전공한 안드레아스 뢰처(54) 대표가 2004년 설립한 이 출판사는 1977년 악셀 마테스와 클라우스 자이츠가 뮌헨에서 설립한 마테스 앤 자이츠를 인수하고 그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 출판사에서는 연간 100종 정도를 출간하고 있으며 새해엔 더 많은 책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30대 중반의 젊은 출판인인 마렌 멘첼 씨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출판사와 주어캄프를 거쳐 마테스&자이츠 베를린에 왔다. 출판인으로서 긍지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돋보였다. 이 인터뷰는 2025년 10월 중순 독일 베를린에서 이뤄졌다.



―독일에는 오랜 출판사를 인수해서 새롭게 설립하는 케이스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전통과 흐름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미 가진 이름과 컨셉 자체를 연결하고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출판사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처음에는 뮌헨에서 출발한 우리 출판사는 베를린에서 새롭게 시작했는데, 뢰처 대표는 사업적 측면만이 아니라 출판이라는 문화정책, 문화 정치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역할 속에 각인돼있었던 출판사를 인수해서 재출발할 수 있게 했다. 독일에서는 여러 출판사의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독립출판사가 큰 출판사에 병합되는 경우도 있다.”



―판권 담당자로서 한국 출판사와 일해본 느낌은 어떤가.



“최근에도 판권 계약을 했다. 우리 출판사들에서는 주로 문학, 논픽션, 자연 관련 출판물들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우리의 논픽션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한병철 교수의 저작 등 철학책들이 인기가 좋고, 에콜로지 분야도 인기가 많다. 니체 시리즈나 짤막하면서도 지식을 전달하는 캐주얼한 책에 관심이 있는 듯한데 문학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 같았다.”



―독립출판사라고 하기엔 규모가 좀 있는 편 같다. 작지만 강한 출판사를 취재할 때 마테스 앤 자이츠를 여러명이 추천했다. 경제적 성장과 새로운 실험을 동시에 성공하고 있다고 들었다.



“스스로 작은 출판사라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큰 대기업에 종속될 생각이 전혀 없다. 사실 출간 종수로 생각한다면 중간 정도 규모의 출판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출판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책의 퀄리티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수익을 내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의 비율을 잘 생각해야 한다.”



―마테스&자이츠의 창립자 중 한명인 악셀 마테스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출판사가 좋은 책을 내면서도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한 필수조건이 있다면?



“하나의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퀄리티에 중점을 두고 타협하지 않으면서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건 어려운 일인데―물론 서점이나 언론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고―그럼에도 나름의 노선에서 충실하며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만의 프로필 갖고 가는 것 말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중요한 지점을 발견하고 확장해나가는 것, 예컨대 에세이 등으로 새로운 독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자신의 노선을 지키면서 혁신하고 확장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몇몇 저자들과 계속 일을 하는 것, 지속적인 협력과 독자층을 유지하는 것, 그러면서 동시에 독자층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 홍보도 상당히 중요한데, 출판사의 가시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출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테마뿐만 아니라 책을 만드는 방식에서도 한 스타일이나 분야를 고집하는데서 벗어나 다양하 스타일을 시도할 때 독자층을 늘릴 수 있다. 어떤 독자든 이 출판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발견할 수 있다면 성공일 것이다.”



멘첼씨는 “퀄리티에 대한 타협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멘첼씨는 “퀄리티에 대한 타협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들에서는 대중성에 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주어캄프에서도 일했는데, 주어캄프의 경우 학술 출판에 중점을 두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학술이나 문학에서 높은 퀄리티를 지향하는 것은 과거나 지금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단지 최근 트렌드가 있다면 출판을 다양하게 해서 독자층을 넓히려는 의미에서 대중성 등을 표방하는 책을 넣긴 했지만 본질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고민은 주어캄프뿐 아니라 모든 출판사의 고민이라 생각한다.”



―판권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약 40개국어로 책이 팔렸는데 우리 출판사에서 세계로 가장 판권이 많이 팔려나간 책은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다. 2010년에 처음 나왔는데 30여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지금도 계속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한병철 교수의 책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2025년 4월에 나온 ‘신에 관하여’도 한국에 판권이 팔렸는데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 교수는 굉장히 많은 책을 쓰고 출간하고 있으며 우리는 9권의 판권을 갖고 있다. 그의 책에 대한 세계 독자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한 교수의 책은 이제 거의 고전(클래식)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무엇보다 한 교수의 스타일이 분명하고 정확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의 글은 철학연구자들을 향한 것이자 더불어 더 광범위한 독자들을 향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커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저자는 그리 많지 않다.”



―마테스&자이츠 베를린이 가진 현대 문학 플랫폼인 로슈토프(Rohstoff)는 젊고 실험적이며 대담한 현대 문학 플랫폼이라고 알고 있다. ‘팔리지 않는 것들’(Die Unverkäuflichen)이라는 프로젝트도 흥미있었다.



“놀랍게 성공적이었다. 팔리지 않는 책들이라는 프로젝트는 날것 그대로를 사용하는 시리즈다. 그런데 큰 성공을 거둔 것들이 나왔고, 좋은 작가를 발견하기도 한다. ‘베를린, 마이애미’(2023)는 현대 독일 문학 작품을 인공지능과 협력해서 만든 책이다. 세 사람의 저자가 쓴 소설을 인공지능으로 새로 만들었다.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어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멘첼씨가 마테스&자이츠 베를린이 가진 현대 문학 플랫폼인 로슈토프(Rohstoff) 시리즈를 보여주고 있다.

멘첼씨가 마테스&자이츠 베를린이 가진 현대 문학 플랫폼인 로슈토프(Rohstoff) 시리즈를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의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공지능의 사용과 관련해서는 출판사 안에서도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하나의 주제로서 계속 토론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을 도외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만약 우리가 사용하게 된다면 판매, 마케팅으로만 이용하고 출판작업에 대한 통제는 인간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세계에서도 책을 많이 읽는 나라지만 출판의 위기 또한 상당하다고 들었다.



“지금 독일의 출판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우리 출판인들은 꾸준히 퀄리티에 중점을 두고 일해나가고 있다. 기존 독자층의 기대에 충족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독자층을 확장하려는 노력도 계속한다. 때로는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을 출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 우리의 프로필을 지키려는 결정이고 경제적 측면보다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출판의 위기, 책의 위기라는 말이 슬로건처럼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만큼 물리적인 책, 물성을 가진 책의 의미는 계속 존재하며, 의미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책은 계속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출판을 하고 싶나.



“이미 우리 출판사의 책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과 퀄리티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퀄리티에 대한 타협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극우 출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출판의 민주주의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민주주의라는 것은 다양한 의견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견의 다양성은 대화로 이어져야 하지, 일방적인 이데올로기 유포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출판사는 좌파적 입장부터 온건 보수적 입장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 대화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우파적인 이데올로기가 대두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 출판기획으로 ‘사유에 있어서의 폭력, 파시즘은 언제 시작되는가?’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사회적 대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베를린/글·사진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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