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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린쟈오밍은 없다…수준급 '서울말' 연기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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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카드배송 기사인데요. ㅇㅇㅇ씨 맞으세요? 지금 자택에 계실까요? 신청 안하셨어요? 신청 안 하면 카드 나올 리가 없을 텐데…. 취소 접수 한 번 해주실래요? 이왕이면 사고 예방팀 찾아서 전화를 한 번 해보세요."

이는 최근 쿠팡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증가하고 있는 '카드 배송 사칭형 보이스피싱' 통화의 일부 대화다. 카드 배송 사칭 보이스피싱범은 피해자가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이 운영하는 고객센터로 전화 연결을 유도해 피해자의 정보를 빼내 돈을 갈취하는 수법을 쓴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범들이 어색한 말투를 쓰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자연스럽고 전문적인 말투를 쓴다고 밝혔다. [사진=경찰청]

경찰청은 보이스피싱범들이 어색한 말투를 쓰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자연스럽고 전문적인 말투를 쓴다고 밝혔다. [사진=경찰청]


2일 경찰청이 공개한 보이스피싱 녹취에 따르면 발신자는 과거 보이스피싱에서 흔히 떠올리던 어눌한 말투나 외국인 억양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렷한 발음과 자연스러운 속도의 능숙한 서울말로 실제 카드 배송 기사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같은 변화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말투를 통한 식별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어색한 한국어나 특정 억양이 의심의 단서로 작용했다.

희극인 이수지가 보이스피싱 범죄자를 '린쟈오밍'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로 설정해 흉내 내는 콩트가 웃음 소재로 활용된 것도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실제 범죄 현장에서는 말투만으로 보이스피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모씨(60)는 지난달 카드 배송 기사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속을 뻔했다. 김 씨는 "말투가 자연스럽고 카드 배송 관련 안내를 정확하게 해줬다"며 "주변에서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말해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역할에 따라 차별화된 화법을 구사한다. 카드 배송 사칭은 친절하게, 검찰을 사칭할 때는 권위적이고 엄격한 말투로, 납치범 역할에서는 긴박하고 위협적인 톤을 사용한다. 배우가 배역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상황에 맞는 수준급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 해결과 예방을 위해 보이스피싱범의 목소리 녹음 파일 제보를받고 있다. [사진=경찰청]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 해결과 예방을 위해 보이스피싱범의 목소리 녹음 파일 제보를받고 있다. [사진=경찰청]


박상현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계장은 "외국인 말투로 하면 사람들이 속질 않으니 한국인을 범죄 조직에 끌어들여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중국 연변 말투는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범죄 수법 진화에 경찰은 말투 대신 '목소리 지문'(성문)에 주목하고 있다. 목소리 지문은 목소리 고유의 특징을 담고 있어 손가락 지문처럼 변경이 어렵다.

경찰은 지난달 17일부터 '목소리 지문 제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경찰청 유튜브 채널에 수집된 피싱범 목소리를 공유하고 있다. 제보된 범인의 목소리는 범죄자 특정 및 범죄 예방에 활용될 계획이다.


박 계장은 "AI(인공지능)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쌓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혐의를 부인할 때 증거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hogiz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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