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한가득, 마음 담고 마음 감싸는 보자기 [.txt]

한겨레
원문보기



노란 보자기가 한가득이다. 추석 때 엄마가 한과를 싸서 주신 보자기가 또 하나 생겼다. 옷장 안 보자기에는 아이들의 어릴 적 웃음이 담긴 앨범과 한복이 담겨 있다. 자꾸만 늘어나는 보자기들을 보며, 이 새로 생긴 노란 천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다. 종이 가방처럼 쉽게 버리자니, 손끝에 감도는 매끈하고 부들부들한 느낌에 왠지 아깝다.



찹쌀, 참기름, 고춧가루 그리고 뜰 앞의 단감까지 바리바리 싸서 딸에게 전하던 노란 보자기는 만든 이의 정성과 담아 보낸 이의 마음이 담긴 그릇이다.



그림 속 노랗게 봉긋이 묶인 보자기는 뜨거운 햇살이 바람이 되어 기다리는 듯하다. 매듭을 풀면 따뜻한 기억이 터져 나올 것 같다. 단감이 굴러다니는 마루에 앉아 보따리를 머리에 괴어 보는 상상을 한다.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운 듯 포근하다. 보자기는 그리움을 전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감싸주고 덮어준다.



우리 집 발코니에는 선풍기가 쉬고 있다. 얼굴은 이미 노란 보자기가 다정하게 감싸고 있다. 새로 생긴 보자기에 아직 덮이지 않은 드러난 다리를 조심스레 담아본다. 선풍기는 시간이 흘러 오고야 말 뜨거운 여름을 조용히 기다린다.



이민정 한국학교사서협회 사무국장·의정부 청룡초등학교 사서



보자기 한 장 l 정하섭 글, 정인성·천복주 그림, 우주나무(2023)

보자기 한 장 l 정하섭 글, 정인성·천복주 그림, 우주나무(2023)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읽고 즐기는 그림책 문화를 만들고자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가 함께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기획해 연재해왔습니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라는 이름으로 명장면을 추가로 선정해 소개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책의 해 홈페이지’(bookyear.or.kr)를 참고해 주세요.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이정현 모친상
    이정현 모친상
  2. 2울산 웨일즈 장원진 감독
    울산 웨일즈 장원진 감독
  3. 3박나래 차량 특정 행위
    박나래 차량 특정 행위
  4. 4이재명 대통령 경복궁 산책
    이재명 대통령 경복궁 산책
  5. 5서해 피격 항소
    서해 피격 항소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