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거래소 상품을 넘어, 전통 금융기관들이 무역 결제에 활용하도록 견고한 규제 체계가 필요합니다.”
피오나 머레이 리플(사진)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조건을 이같이 밝혔다. 머레이 총괄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기준은 신뢰 구축을 위한 기본 요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기관 채택과 상호 운용성이 보장되는 환경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특징으로 제한된 기관투자자 참여를 꼽으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개인 투자 시장 중 하나지만 싱가포르, 홍콩과 같은 금융 허브에 비해 기관 참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관용 디지털자산 활용 선도 가능성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시장 중 하나”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고 기관 채택이 늘어나면 잠재력은 큰 시장이라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상호운용성도 관건이다. 디지털 금융 기반인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연결되도록 기술적 호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머레이 총괄은 “한국 네트워크에만 갇혀 기술적으로 고립된 환경에서는 반드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경제가 달러화된 환경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리플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예로 들었다. RULSD는 기관 수요를 겨냥해 투명성과 신속성을 담보하도록 설계됐다. 머레이 총괄은 “(RLUSD는) 글로벌 자금의 신뢰가능한 ‘앵커’(닻) 역할을 위해 뉴욕 신탁은행 인가 하에 발행되고 미국 연방 및 주 규제를 받으며, 미 달러 예금과 국채, 현금성 자산으로 일대일 담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XRP레저와 이더리움 양쪽에서 발행하고 레이어2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하는 등, 기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투명성과 신속한 결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했다. 그 결과 RLUSD는 2024년 12월 출시 후 1년 만에 달러 스테이블코인 5위권(시가총액 10억달러)에 진입했다.
머레이 총괄은 “성공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이 같은 수준의 엄격함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RLUSD처럼 신뢰할 수 있는 자산과 규제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함께 작동해, 분산된 풀에 유동성을 제한하지 않고도 통화 간 가치가 마찰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법안(디지털자산 기본법)이 기존 은행 시스템보다 한국 상거래 결제에 더 빠르고, 저렴하며, 투명한 환경을 조성한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자연스럽게 미국 달러와 함께 시장에서 필수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이블코인 역할은 점차 금융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머레이 총괄은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혁신 사례로 “금융 기관의 ‘워크 플로우’(작업 절차) 활용”을 들었다.
그는 “RLUSD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담보 관리, 결제 등 기관 금융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혁신”이라며 “대표적으로 DBS은행과 프랭클린 템플턴은 RLUSD를 정산 및 유동성 계층으로 활용해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거래 및 대출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느린, 대차대조표 위주 프로세스를 프로그램 가능하고 상시 가동되는 구조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XRP레저 토큰인 ‘XRP’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산에 따라 활용성이 커질 거라 전망했다. XRP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이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디지털자산)으로 꼽힌다.
머레이 총괄은 “XRP는 결제를 위해 설계된 자산으로, 특히 국경 간 거래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결제와 깊은 유동성을 제공한다”며 “다양한 통화와 결제 시스템 간에 실시간·저비용으로 가치를 원활하게 이동시켜 사전 예치 계좌의 필요성을 줄인다”고 했다. 향후 금융 블록체인 인프라가 커지면 “XRP와 같은 ‘브릿지 자산’은 시스템을 연결해 네트워크와 시장 간 원활한 가치 교환을 촉진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국내 디지털자산 인프라 구축을 돕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리플은 국내 커스터디사 비댁스(BDACS)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관이 안전하게 보관·관리토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XRPL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머레이 총괄은 “리플은 한국을 개인 투자 중심의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아닌, 미래 디지털자산 기업 금융의 허브로 보고 있다”며 “커스터디,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아우르는 컴플라이언스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의 성숙화와 성장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유동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