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뉴시스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1심 판결에 항소를 할 지 여부를 두고 검찰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지적하는 등 항소 포기 압박이 커지면서 지휘부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1심 무죄 판결문을 분석하며 항소여부를 검토 중이다. 수사팀이 항소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올렸지만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추가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시한은 이날까지다.
고 이대준 씨는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근무하던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으로 2020년 9월21일 실종됐다가 하루 뒤인 22일 북한군 총격에 의해 숨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서 전 실장 등이 이씨의 피격 및 소각 사실을 숨기고 자진월북했다는 허위공문서를 작성·배포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달 26일 "절차적인 면에서 위법이 있다고 볼 증거와 내용적인 면에서 허위가 개입돼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서 전 실장과 박 의원,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12월 이들이 기소된 후 3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재판부는 "절차적인 면에서 위법이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망인에 대한 실종보고, 망인의 피격·소각 사실 보고 및 전파, 해경의 수사 진행 및 수사 결과 발표 등에 있어 어떠한 절차를 위반하거나 지휘 체계·계통을 따르지 않거나 회의 결과 등을 문서로 남기지 않는 등 하자나 문제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용에 있어 허위가 개입돼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이 피격 및 소각사실을 감추려고 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결에 정치권 일각에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지적하는 입장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무죄 선고 이후인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상한 논리로 기소해 결국 무죄가 났는데, 없는 사건을 수사해 사람을 감옥에 보내려 시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같은 날 "검찰은 항소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 사건 기소 자체를 문제 삼으며 특검 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공판팀에서는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법리오해, 양형 부당 등을 다퉈 법원의 추가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유족 측도 검찰의 항소제기를 촉구하고 있다. 유족 측 변호사는 "1심 논리는 개인의 사적 의견과 국가의 공식 발표를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한 법리 오해에서 출발한다"며 "국가의 표현 선택이 초래한 인권 침해와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문제를 법리적 판단의 영역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유족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진상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이 사건은 단순한 국내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자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묻는 중대한 인권의 문제"라며 "현 정부에서는 진실 규명과 책임 추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마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께 이 편지를 드린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항소포기 압박이 유족에게 또 다른 국가적 폭력에 해당하며 명백한 인권침해라고도 지적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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