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이 자신의 헬멧을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2.4/ |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2.4/ |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쇼트트랙 여왕' 최민정(28·성남시청)이 2026년, 전인미답의 목표를 향해 금빛 질주를 시작한다.
'스포츠의 해'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이벤트가 한 해를 가득 채운다. 2월 개막을 앞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문을 연다. 눈과 얼음 위에서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기량을 갈고닦는 중이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선봉에서 최민정은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시작부터 달랐다. 주니어 대회를 휩쓸었던 유망주였다. 2014년 고등학교 입학 직후인 만 16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단숨에 여자부 에이스로 올라섰다. 생애 첫 동계올림픽, 2018년 평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여자 1500m, 3000m 계주 금메달을 획득해 2관왕에 등극했다. 두 번째 올림픽도 다르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1500m 2연패에 성공했다. 1000m 은메달, 3000m 계주 은메달도 수확했다.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의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만난 최민정은 두 번의 올림픽을 돌아보며 "첫 번째 올림픽은 몰라서 잘했던 부분이 있다. 베이징 때는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성장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했다.
수많은 메달과 함께 질주의 끝에는 언제나 '역시 최민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기대와 부담이 공존하는 말이다. 그는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선수로서 감사한 일이다"고 했다. 중압감보다는 선수 생활의 원동력이다. 최민정은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 같다. 내 선수 생활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쇼트트랙을 알리고, 더 많이 사랑해 주신다면 부담보다는 좋은 일이다"고 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이 미소짓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2.4/ |
스포츠조선 DB |
왕좌를 지키는 일은, 오르는 일보다 어렵다. 최민정은 "지는 걸 무서워하지 않고, 잘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베테랑으로서 겪어온 시간이 그녀를 지탱했다. "어떻게 졌는지를 잘 받아들이고 피드백을 하면 다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중요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따라온다. 선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성적이 일정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많이 배웠다"고 했다. 훈련에서도 남다르다.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밝힌 최민정은 중간이 없었다. "될 때까지 하거나, 잠을 자버린다. 생각을 많이 하면 부정적으로 빠질까 봐 잔다. 다음 날 다시 계속 해보면서 넘어갔다"고 했다. 누구보다 먼저 빙상장에 나오고, 누구보다 늦게 훈련을 마쳤다. 월드클래스 기량을 유지한 방식이다.
다만 여왕도 사람이었다. 지치지 않는 기계와 달랐다. 스스로 한계임을 인지했다. 최민정은 2023~2024시즌 최고의 자리에서 스스로 잠시 물러났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쉽지 않은 선택, 하지만 쉼표를 찍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민정은 당시에 선택에 대해 "경쟁 자체에 지쳐 있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큰 고비에서 변화를 택했다. 기본으로 돌아갔다. "팀에 돌아가서 기본부터 다시 다지기 시작했다. 나한테는 중요한 시기였다"고 했다.
다시 나아갈 원동력이 쌓였다. 국가대표의 무게감에서 벗어나 여유를 되찾았다.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던 순간 이후 가장 즐겁게 빙판을 누볐다. 단순한 쉼이 아니었다. 장비와 훈련 방식을 바꿔가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민정은 "대표팀 첫 합류 이후 처음으로 (스케이트를)즐겁게 탔다. 대표팀 들어오면서부터 생존 경쟁처럼 탔다. 쉬면서 어린 선수들과 훈련하며 많이 배웠다. 나에게 연락을 하며,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고맙고 좋았다"고 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이 자신의 헬멧을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2.4/ |
스포츠조선 DB |
1년의 휴식기 후 돌아온 여왕은 여전했다. 빙판 위의 질주에서 건재함을 알렸다.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표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1~6차 대회에서도 개인전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챙겼다. 2025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500m, 1000m,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로 한국 여자 선수 최초 3관왕에 올랐다. ISU 2025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챙겨, 일찍이 2025~2026시즌 태극마크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3연속 올림픽 출전은 최민정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그는 "지금도 안 믿긴다"고 웃었다. 밀라노행을 확정하며, 역사를 쓸 기회를 얻었다. 최민정은 밀라노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 올림픽 사상 최초로 쇼트트랙 종목의 3개 대회 연속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또한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 역대 최초 동계올림픽 단일 종목 3연패까지 달성한다.
최민정은 밀라노 대회를 '도전'이라고 정의했다. "내가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달린 올림픽이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했다. 역사를 이룩하는 결과도 좋지만, 시도 가능한 상황에 웃었다. 최선을 다하면 충분하다는 의미였다. 최민정은 "개인적으로 기록을 깨면 좋다. 하지만 기록 자체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겐 감사하다. 도전이 성공을 하든, 못 하든 내가 준비한 것들이 무너지진 않는다.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당일에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스포츠조선 DB |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역사적인 목표 앞에서 넘어야 할 벽도 있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과는 세계 쇼트트랙의 흐름이 달라졌다. 선수들이 상향 평준화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최강국 자리를 유지한 한국 쇼트트랙의 지위도 흔들렸다. '단풍국' 캐나다의 질주가 위협적이다. 캐나다 여자부 에이스 코트니 사로는 월드투어부터 여러 차례 정상의 자리를 위협했다. 최민정만의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그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 평창 때는 이 정도로 상향 평준화되지 않았다. 특정 선수들의 경쟁이었다. 나 또한 속도, 체력을 바탕으로 경쟁했다. 이제는 다 같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다수와의 경쟁이기에 잘 이겨내야 한다. 체력, 힘보다 전술, 전략이 경쟁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시련 앞에서 여왕은 단단해졌다. 최민정은 "베이징 때도 위기라는 말이 많았다. 지금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위기일수록 강해진다는 말을 좋아한다. 지금 한국에 잘 맞는 말인 것 같다. 어려울수록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함께 나아가는 후배들도 있다. 최민정은 이번 대표팀에서는 여자부 주장까지 맡았다. 베테랑으로서 팀을 이끈다. 김길리 임종언과 같은 유망주들이 뒤를 따른다. 최민정은 "다 같이 잘해야 하는 책임감이 생긴다. 최대한 도움이 되려고 노력한다. 조언을 구하면 최선을 다해서 얘기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2026년 신년을 맞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훈련을 공개했다. 인터뷰하고 있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 진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2.23/ |
밀라노로 향하는 마지막까지 노력뿐이다. 월드투어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7일 입촌한 최민정은 2026년 새해에도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단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최민정은 "새해에는 올림픽이 진짜로 한 달 반밖에 남지 않는다. 하루도 헛되지 않게 잘 준비해서 올림픽 때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웃으면서 끝내고 싶다. 베이징 때 너무 울었던 기억이 있다. 밀라노에선 웃으면서 잘 끝내고 싶고, 준비한 것만 후회 없이 다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