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도 미국 증시는 뜨거웠다. 2025년 초 엔비디아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연말 투자 이익만 4000만원에 이를 수 있었다. S&P500 지수 추종 상품에 투자했어도 수익률은 17%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온 미국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고민은 하나다. “지금이라도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까, 아니면 미국 증시가 지금 고점인 걸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다. 2026년에도 미국 증시의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기업 영업이익과 주가지수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AI 과열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 상승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해외 IB들은 주식 비중 확대를 기본으로 하되, 채권과 원자재, 미국 외 해외 자산을 함께 담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권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다. 2026년에도 미국 증시의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기업 영업이익과 주가지수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AI 과열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 상승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해외 IB들은 주식 비중 확대를 기본으로 하되, 채권과 원자재, 미국 외 해외 자산을 함께 담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권하고 있다.
일러스트 = ChatGPT 달리 |
◇“AI 투자붐이 2026년 증시도 끌어올린다”
UBS 글로벌 자산관리(GWM)는 2026년 전망 보고서에서 “AI 기반 혁신이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시장 상승의 핵심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로 확산되는 자본 지출(CAPEX)이 AI 관련주의 추가 성장을 단단히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UBS는 S&P500 지수가 기본 시나리오에서 7700선,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84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 역시 “AI 슈퍼사이클이 기록적인 자본 지출과 이익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며 AI 투자붐이 주도하는 주가 상승 모멘텀이 기술주를 넘어 유틸리티, 은행, 의료, 물류 등으로 확산되는 점에 주목했다. 미 증시가 향후 2년간 연 13~15%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는 S&P 500이 내년 14% 올라 7800선을 돌파하면서, 일본(7%)이나 유럽(4%) 증시 상승률을 압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 AI 과열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골드만삭스는 “AI 투자는 이제 막 시작 단계”라고 진단했다. 하이퍼스케일러(AI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와 국가 간 AI 패권 경쟁에 따라 AI 투자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픽=손민균 |
◇통화·재정·규제… 증시 밀어 올리는 ‘3박자’ 환경
새해 낙관론이 힘을 얻은 이유는 미국 경제·산업이 이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확장적인 재정정책, 규제 완화라는 세 축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증시를 밀어 올리고 있다.
연준(Fed)은 새해에도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이 2%대에서 안정되면서 정책 초점은 이제 고용으로 옮겨갔다. 골드만삭스는 “이민 제한, 연방 정부 인력 감축, AI 도입에 따른 노동 대체로 고용 여건이 빠르게 약화될 경우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물론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할 경우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재정 측면에서는 감세 정책이 기업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원 빅 뷰티풀 법(One Big Beautiful Act)’을 통해 2026~2027년 약 1290억달러(약 187조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을 예고했다. 여기에 금융, 에너지, 제약을 중심으로 한 규제 완화도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세레나 탕 모건스탠리 수석 글로벌 자산 전략가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규제 완화라는 세 가지 정책이 경기 침체기가 아니면 보기 드문 방식으로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유리한 정책 조합 덕분에 시장의 관심이 거시 불안에서 ‘AI 성장 스토리’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이 던진 질문 “AI 투자, 속도 너무 빠르지 않나”
물론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AI 투자 속도와 실제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신용과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신용시장의 핵심 변수로 기술기업의 자금 조달 확대를 꼽았다. AI와 데이터인프라 수요 증가로 데이터센터 관련 CAPEX가 장기적으로 최대 3조달러에 이를 수 있지만, 현재 집행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AI 투자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향후 대규모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투자 자금 대부분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채 발행 물량이 급증하면 채권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국채 대비 회사채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회사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주식 시장 내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투자 대비 수익(ROI) 가시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펀더멘털 분석을 강조했다. 매그니피센트7(Mag7) 내부에서도 독자적 기술력과 실질적 수익 모델, 신규 시장 창출 여부에 따라 주가 성과는 뚜렷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채권 시장은 ‘비용’을, 주식 시장은 ‘수익성’을 잣대로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냉정한 구간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올인보다 분산”… IB들이 포트폴리오를 강조하는 이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IB들이 제시하는 전략은 ‘분산’이다. 골드만삭스는 “자산 가격이 높은 국면에서는 단순히 벤치마크를 추종하기보다 적극적인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산군별로 ▲주식 비중 확대 ▲채권 비중 유지 ▲원자재·현금 보유 등의 전략이 제시됐다. 주식은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서버 등 AI 인프라와 클라우드·소프트웨어 등 AI 수혜 산업에 대한 비중 확대가 권고된다. 여기에 AI 투자 확대의 간접 수혜가 기대되는 금융·헬스케어·물류 업종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채권의 경우 비중 확대보다는 구성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AI 관련 대규모 발행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고수익 회사채가 투자등급 채권보다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앞서 지적된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 우려를 감안하면, 채권 내에서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원자재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완충하는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비철금속 가운데 구리와 알루미늄은 공급 제약에 직면해 있어 가장 유망하다”며 “금은 실물 수요와 금리 인하 기대가 가격을 지지하며 새해에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유럽으로 포트폴리오 확장
미국 외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해외 IB의 공통된 조언이다. UBS는 중국 기술주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투자처 중 하나”로 꼽으며, 2026년 관련 기업 이익이 3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 역시 중국이 상반기 재정 집행 효과로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시장에 대해서는 CAPEX 회복 국면에 주목하는 시각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년간 투자를 소홀히 했던 유럽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 안보·국방, 리쇼어링, 인프라 개선, 디지털화, AI 등을 계기로 다시 자본 집약적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자본 지출 대비 매출 비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유럽 기업의 사업 전략이 점차 자산 집약적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IB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결론은 명확하다. AI가 이끄는 투자 확대는 2026년 미국 증시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조정과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요구되는 전략은 “AI 성장에 베팅하되, 단일 시나리오에 올인하지 말 것”이다.
김정은 기자(xbooklead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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