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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한강버스, 템스강 ’26년 항해술’을 배워라

조선일보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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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보트도 처음엔 연착 잦았다
한강을 눈으로만 감상할 것인가
숙련도 더 높이고 교통 수요 발굴
한강변 개발 이어 서울에 활력을
런던 우버보트/최종석 기자

런던 우버보트/최종석 기자


서울 한강버스의 모델은 런던 템스강의 ‘우버보트(Uber Boat)’다. 1999년 운항을 시작해 역사가 26년이나 된다. 초창기 우버보트는 하루 승객이 80여 명밖에 안 됐다. 사고나 연착도 잦았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 선착장 24곳에 배 23척을 운항한다. 하루 수송 인원은 1만여 명. 최근에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선박까지 도입했다. 지하철(튜브), 2층 버스와 함께 런던 3대 대중교통 수단으로 꼽힌다.

지난달 런던 카나리 워프 선착장에서 우버보트를 탔다. 한강버스가 참고할 만한 ‘디테일’이 많았다. 카나리 워프는 런던 외곽의 낡은 항만을 재개발한 지역이다. 글로벌 금융 회사와 주상 복합 빌딩이 숲을 이룬다.

출근 시간(오전 7~9시)에는 우버보트 7척이 7~30분 간격으로 분주히 운항했다. 승객 대부분은 직장인이었다. 주로 1년 치 ‘시즌티켓’을 이용했다. 션 웰런(28)씨는 “버스는 막히고 지하철은 복잡해 보트로 출퇴근한다”며 “더 편하고 런던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낮에는 관광객들이 보트를 가득 채웠다.

대중교통의 핵심은 정시성(定時性)이다. 우버보트는 시간을 철저히 지켰다. 승객이 몰리는 퇴근 시간에도 6분 이상 연착하지 않았다. 길이 막혀 도착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버스나 3~4대는 보내야 겨우 탈 수 있는 지하철보다 경쟁력이 있다.

런던 우버보트/최종석 기자

런던 우버보트/최종석 기자


이런 정시성은 26년 운영 경험에서 나온다. 우버보트는 한강버스와 달리 상당히 빠르다. 최고 시속 40㎞로 달리는데, 갑판에 앉으면 스릴이 느껴질 정도다. 선장이 항로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강버스도 최고 속력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최고 시속 20㎞ 안팎으로 서행한다. 서울시는 “운항 초기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노하우나 숙련도가 부족해서다.

우버보트 직원들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선착장에서 승객 20~30명을 내리고 태우는 데 4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분 컷’이 흔했다. 올가미 밧줄을 던져 선착장에 걸고 철제 다리를 내리면 끝. 반면 한강버스가 선착장을 오가는 과정은 답답하다. 미숙한 운용 방식이 한강버스 운항 시간을 늘리는 주원인이다.


런던은 템스강을 건너는 도하(渡河) 수요까지 활용한다. 카나리 워프에선 보트가 10분 간격으로 강 건너편 지역을 오간다. 서울도 뚝섬~잠실, 서울숲~압구정 구간을 배로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직선거리는 가깝지만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빙 돌아가야 하는 지역이다. 이런 곳을 엮으면 한강에 새로운 교통, 관광 수요가 생길 것이다.

런던 우버보트/최종석 기자

런던 우버보트/최종석 기자


우버보트는 카나리 워프나 배터시 등 템스강변을 재개발하면서 급성장했다. 서울도 2030년 전후 한강변 풍경이 크게 바뀐다. 압구정·반포·이촌·흑석 등 한강변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며 한강으로 보행로를 낼 계획이다. 서울숲엔 79층 랜드마크 빌딩과 창업 허브가 들어서고, 상암동엔 대관람차 ‘서울링’이 생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도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할 것이다. 한강을 따라 볼거리와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여기에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지하화해 한강과 도심의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서울의 중장기 개발 계획과 연계해 한강버스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이유다.


서울 한강의 면적은 39.9㎢다. 강남구보다 넓은 이 강을 언제까지 감상만 할 것인가. 런던 우버보트를 모델로 배를 띄웠으니 이제 ‘26년 항해술’을 철저히 배워야 한다. 어떻게 정시성을 확보하고 수요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한강버스가 살고 한강 풍경도 바뀐다. 소수만 누리는 한강을 모든 시민에게 돌려줄 수 있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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