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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의 어쩌다 마주친 문장] [62] 새해 소원

조선일보 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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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엄마가 말씀하셨죠. 항상 말했어요.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고요.

—이르판 칸 주연의 인도 영화 ‘런치박스’ 중에서

저렇게 말한 사람은 실은 고아다. 하지만 엄마가 말했다고 해야 사람들이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하며 복잡한 표정으로 웃는데, 나로서는 그 때문에 저 말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나도 살면서 기차를 잘못 탄 적이 있었다. 그래서 출근이나 약속 시간에 늦어버렸지만, 그런 순간은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때 본 풍경이 예정에 없던 것이기 때문이리라.

인생은 때로 잘못 탄 기차가 데려다준 목적지들이 이어진 별자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잘못 탄 기차가 더 많았더라면 인생이라는 별자리가 더 근사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솔직히 제대로 탄 기차는 대체로 심심했다. 새해에는 기차 몇 대만 더 잘못 타게 해달라는 엉뚱한 소원을 빌어본다.

[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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