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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중도는 실체가 없다”는 실체 없는 주장

조선일보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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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민주당 대 反민주당’ 시대
후보 단일화와 선거 연대 없이는
보수 진영이 민주당에 맞설 수 없다

ARS 조사는 정치 고관여층만 응답
‘산토끼’ 중도층 잡는 게 선거의 기본
삼성전자처럼 재건해 반격해 보라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경제가 정치를 압도하던 시대가 가고,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탈냉전과 세계화 기류를 타고 높이 날아오른 대한민국이 신냉전과 탈세계화라는 이상기류에 휩싸였다.

1905년·1945년·1985년·2025년 40년마다 국제 정세는 우리 운명을 흔들어 놓았다. 1905년 러·일 전쟁은 러시아에 의존하던 우리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1945년 일본의 항복은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졌다.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된 고르바초프는 ‘제한 주권론’으로 알려진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폐기했다. ‘(사회주의) 제한 주권론’은 ‘(소련) 제한 방어론’으로 대체됐다. 2025년 트럼프는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를 통해 ‘미국판 제한 방어 독트린’을 발표했다.

1945년이 만든 냉전 체제 40년간 우리는 북한과 체제 경쟁을 했다. 1985년 이후 40년은 ‘플라자 합의’로 휘청거린 일본을 따라잡고 넘어서는 시간이었다. 이젠 거대한 중국이다. ‘전쟁 세대’는 북한과 체제 경쟁에서 이겼다. ‘민주화 세대’는 일본을 따라잡았다. (MZ로 불리는) ‘선진국 세대’는 중국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탈냉전·세계화 국면은 대한민국 국운 상승기였지만 한편으로는 보수가 비주류로 전락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호남을 포위했던 거대 ‘보수 동맹’이 ‘대구·경북당’으로 역포위됐다. 이제 민주당은 김대중의 호남당도 아니고, 노무현·문재인의 PK당도 아니다. 수도권 정당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구·경북당으로 쪼그라들었다. 그사이 보수 진영은 양극화의 심각성, ‘국가 자본주의’의 재등장, 한·미 동맹의 약화 흐름을 놓쳤다.

반면 민주당은 ‘중도 보수’ 깃발을 들고 거침없이 적진(?)을 헤집고 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에 대해 국민의힘 단톡방에 올라온 “우리 당을 영남 자민련으로, 민주당을 일본 자민당으로 만들려는 그림이 보인다”라는 표현에는 외연을 넓히는 민주당에 대한 두려움과 고립을 자초하는 국민의힘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보수는 닫혀가고, 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며 국민의힘 위기의 정곡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중도를 놓고 민주당과 경쟁하는 당이 아니라 극단적 보수를 두고 우리공화당과 경쟁하는 당처럼 보인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치의 기본 지형은 보수가 주류고 상수였다. 민주당은 ‘DJP 연합’,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없이는 보수에 대항할 수 없었다. 지금은 민주당 대 반(反)민주당 시대다. 민주당이 주류고 상수다. 이젠 보수 진영이 후보 단일화와 선거 연대 없이 민주당에 맞설 수 없다. 여론조사 지표가 위기를 알려도 장동혁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20%대 박스권(면접조사 기준)에 갇혀 있는 낮은 정당 지지율에 대해 “지금처럼 여권의 정치 보복이 심하다고 판단되면 응답자들이 답변을 조심하게 되고 ‘지지 정당 없음’으로 표기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전화 면접 방식보다는 ARS(자동 응답 방식)가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ARS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대체로 30% 중반대로 나온다. 장동혁 대표도 같은 주장을 한다. 맞는 말일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상임고문인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상임고문인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연합뉴스


12월 19일 발표한 갤럽 조사는 민주당 40%·국민의힘 26%다. 갤럽은 ‘정치 관심도’를 따로 묻는데 그 조사에서 ①관심이 많다는 응답층(229명)에서 민주당 45%·국민의힘 34% ②약간 있다는 층(479명)에서는 민주당 47%·국민의힘 22% ③별로 없다는 층(198명)에서는 민주당 29%·국민의힘 30% ④전혀 없다는 층(95명)에서는 민주당 18%·국민의힘 16%다. ①은 ARS 조사와 비슷한 흐름인데 응답자 수가 229명이라 투표율이 23% 정도에서 나올 수 있는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 2025년 대선 투표율이 79.4%, 2024년 총선 투표율이 67%이므로 ①과 ②를 합친 700명 남짓의 응답이 실제 투표 결과에 근접할 것이다. ARS 조사는 ‘정치 고관여층’만 응답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도는 실체가 없다”는 실체 없는 주장이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인식을 지배하고 있다. 2017년 대선 투표율 77.2%, 2022년 대선 투표율 77.1%, 2025년 대선 투표율이 79.4%이므로 국민 중 20~23% 정도는 ‘정치 무관심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도 확장’ 주장은 이들을 겨냥한 게 아니다.


중도층은 ①무당층 ②당파적 중도층 ③스윙보터를 포괄한다. ①은 정치에 관심 있고 대선 투표도 하지만 맘에 드는 정당이 없는 층이다. ②는 지지하는 정당이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일 때 지지를 유보하는 층이다. 이들은 투표를 안 하거나, 한다면 지지 정당을 마지못해 찍는다. ③은 실제로 당을 넘나드는 층이다. 이 세 부류가 이른바 ‘산토끼’다. ‘산토끼’로 불리는 중도층은 ‘집토끼’로 불리는 지지층과 달리 투표를 안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들을 놓치지 않는 게 선거의 기본이다.

장동혁 지도부가 ‘당심’과 ‘당성’을 강조하면서 중도층을 쫓아버리는 것은 마치 보신탕 식당이 유동 인구가 거의 없는 깊은 산속에서 단골 상대로만 장사하겠다는 격이다. 이젠 보신탕 식당으로 돈을 벌 수 없듯, 강성 지지층만으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2024년 10월 ‘어닝 쇼크’를 맞은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발표했다.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습니다. (...)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습니다.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입니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입니다.” 그 다짐대로 삼성전자가 돌아왔다. 올해는 빼앗겼던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되찾고 반도체 왕국을 재건하는 ‘반격의 시간’이다. 국민의힘은 언제쯤 다시 돌아와 반격할 수 있을까.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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